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치료+진단 합성어) 원천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KIST 의과학연구센터는 13일 신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영상화하고 동시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나노입자형 스마트센서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권익찬 KIST 의과학연구센터장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강한 빛을 발산해 영상화할 수 있고 약물을 방출해 부작용 없이 항암 치료가 가능하다"며 "현재 다양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 왕립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케미컴' 9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체내에 주입하면 혈관을 타고 가다 암조직을 만났을 때 약을 투여하는 일종의 나노 캡슐 '마이셀'을 이번 논문을 통해 선보였다. 암 조직은 생체 내 다른 부위에 비해 산도(pH)가 대개 낮은데 마이셀은 정상 pH에서는 나노(10억분의 1)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가 암조직을 만나면 담고 있던 PplX(Protoporphyrin IX)를 뿌린다. PplX는 자체적으로 형광을 띠고 있으며 레이저를 쬐어주면 암세포를 죽이는 물질을 생산하는 약이다. 즉 마이셀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기술 등을 융합하면 암의 위치를 파악해 영상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초음파 테라그노시스'에 관한 논문을 작성 중이다.
암세포 선택적으로 영상화ㆍ치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은 올 1월 기체형 초음파 조영제가 아닌 고분자 나노입자로 구성된 신개념 조영제를 개발했다. 관련 논문은 저명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에 최고 논문(VIP)으로 실렸다. 보통 초음파 조영제는 부피가 큰 기체방울 상태로 조직이나 혈관에 주입하고 이 방울의 존재 상태 등에 따라 초음파 신호를 분석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혈관 내에 주입하면 스스로 기체방울로 변환하는 극소량의 나노 크기 고체 입자를 개발했다. 즉 훨씬 적은 양으로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희범 KIST 의과학센터 연구원은 "초음파 조영용 나노입자에 치료가 가능한 나노입자를 덧붙여 초음파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