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3년만에 흘린 박세리의 '우승' 눈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TV로 박세리의 스윙을 본 게 얼마만이지 모르겠습니다. 우승 경쟁 자체가 3년여만에 처음이니 박세리의 달라진 스윙을 접하기는 현장에 가지 않는 한 사실상 보기 힘들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에서 열린 벨마이크로 LPGA클래식은 18일(한국시간) 4라운드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로 취소됐습니다. 이에 따라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였던 박세리,수잔 페테르손, 브리타니 린시컴 등 3명의 연장전만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본 박세리의 스윙은 예전에 비해 파워풀한 면이 많이 사라졌더군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스윙을 했습니다.
한때 좌우로 흔들리며 난조를 자주 보였던 드라이버샷은 꽤 견고해져 있었습니다. 18번홀(402야드)에서 계속 치러진 연장 두번째홀까지 박세리는 티샷을 정확하게 페어웨이 떨궜습니다. 160야드 지점에서 친 아이언샷은 반타작을 했습니다. 한 번은 깃대 우측 10m 지점에 떨어졌고 두번째는 깃대를 향해 날아갔으나 굴러서 그린 뒤 벙커로 들어갔습니다.
수잔 페테르손이 2번째홀에서 보기로 탈락하고 장타자 린시컴과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박세리의 세번째 티샷은 그러나 우측으로 밀리며 벙커밭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린시컴은 페어웨이에 잘 떨궈 티샷만 따져보면 박세리의 위기. 그러나 관록의 박세리는 벙커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핀 2m 지점으로 공을 보냈습니다. 오히려 린시컴은 공격적으로 아이언샷을 시도하다 그린 앞 벙커로 갔습니다. 상황이 뒤바뀐거죠.
린시컴은 벙커샷이 길어 5m 가량 지나쳤으나 침착하게 퍼팅을 성공시키며 막판까지 박세리를 압박했습니다. 박세리는 10년전 우승 사냥꾼의 매섭고 침착한 퍼팅으로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박세리는 예전의 스탠더드한 스탠스에서 과도한 오픈스탠스로 바꿔 퍼팅을 했습니다. 그동안 퍼팅감을 회복하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세리는 우승이 확정된 뒤 인터뷰를 하자마자 목을 메며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승에 대한 갈증이 남달랐을 것이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속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겁니다.
불과 보름전 멕시코에서 열린 트레스 마리아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11오버파 84타를 치기도 했으니까요.
우승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천사표 후배’들로 소문난 신지애 양희영 등이 인터뷰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샴페인과 맥주를 부어줬습니다.
골프채널은 박세리가 우승하자마자 1998년 US오픈 당시 맨발의 투혼을 보여줬던 장면을 수차례 보여줬습니다. 박지은 박인비 등 유명 선수들의 박세리에 대한 인터뷰 내용도 내보냈습니다. 한국 여자골프에 박세리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수차례 전했습니다.
박세리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도 많은 우승을 할 것으로 보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우승컵을 쌓아가던 전성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다시 우승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는 전성기가 끝나기 직전에 모두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선수를 그만둔거죠. 한편으로는 비겁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소렌스탐은 오초아의 기세가 너무 등등하자 슬그머니 내뺐고 오초아도 신지애가 1위에 오르기 직전 도망을 갔습니다.
새까만 후배들과 흔들림없이 경쟁하고 있는 박세리의 모습은 소렌스탐이나 오초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멋진 광경입니다. 박세리가 줄리 잉스터나 구옥희처럼 장수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
한은구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에서 열린 벨마이크로 LPGA클래식은 18일(한국시간) 4라운드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로 취소됐습니다. 이에 따라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였던 박세리,수잔 페테르손, 브리타니 린시컴 등 3명의 연장전만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본 박세리의 스윙은 예전에 비해 파워풀한 면이 많이 사라졌더군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스윙을 했습니다.
한때 좌우로 흔들리며 난조를 자주 보였던 드라이버샷은 꽤 견고해져 있었습니다. 18번홀(402야드)에서 계속 치러진 연장 두번째홀까지 박세리는 티샷을 정확하게 페어웨이 떨궜습니다. 160야드 지점에서 친 아이언샷은 반타작을 했습니다. 한 번은 깃대 우측 10m 지점에 떨어졌고 두번째는 깃대를 향해 날아갔으나 굴러서 그린 뒤 벙커로 들어갔습니다.
수잔 페테르손이 2번째홀에서 보기로 탈락하고 장타자 린시컴과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박세리의 세번째 티샷은 그러나 우측으로 밀리며 벙커밭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린시컴은 페어웨이에 잘 떨궈 티샷만 따져보면 박세리의 위기. 그러나 관록의 박세리는 벙커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핀 2m 지점으로 공을 보냈습니다. 오히려 린시컴은 공격적으로 아이언샷을 시도하다 그린 앞 벙커로 갔습니다. 상황이 뒤바뀐거죠.
린시컴은 벙커샷이 길어 5m 가량 지나쳤으나 침착하게 퍼팅을 성공시키며 막판까지 박세리를 압박했습니다. 박세리는 10년전 우승 사냥꾼의 매섭고 침착한 퍼팅으로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박세리는 예전의 스탠더드한 스탠스에서 과도한 오픈스탠스로 바꿔 퍼팅을 했습니다. 그동안 퍼팅감을 회복하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세리는 우승이 확정된 뒤 인터뷰를 하자마자 목을 메며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승에 대한 갈증이 남달랐을 것이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속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겁니다.
불과 보름전 멕시코에서 열린 트레스 마리아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11오버파 84타를 치기도 했으니까요.
우승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천사표 후배’들로 소문난 신지애 양희영 등이 인터뷰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샴페인과 맥주를 부어줬습니다.
골프채널은 박세리가 우승하자마자 1998년 US오픈 당시 맨발의 투혼을 보여줬던 장면을 수차례 보여줬습니다. 박지은 박인비 등 유명 선수들의 박세리에 대한 인터뷰 내용도 내보냈습니다. 한국 여자골프에 박세리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수차례 전했습니다.
박세리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도 많은 우승을 할 것으로 보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우승컵을 쌓아가던 전성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다시 우승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는 전성기가 끝나기 직전에 모두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선수를 그만둔거죠. 한편으로는 비겁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소렌스탐은 오초아의 기세가 너무 등등하자 슬그머니 내뺐고 오초아도 신지애가 1위에 오르기 직전 도망을 갔습니다.
새까만 후배들과 흔들림없이 경쟁하고 있는 박세리의 모습은 소렌스탐이나 오초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멋진 광경입니다. 박세리가 줄리 잉스터나 구옥희처럼 장수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
한은구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