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짓 아이패드라고 불리는 태블릿 컴퓨터를 사용해 봤다. 몇시간씩 사용해 본 결과 아이패드가 포터블 컴퓨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노트북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십년 계속된 마우스 문화를 손가락 터치 문화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과거의 태블릿 제품들이 한결같이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패드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키보드 웹캠 USB포트 멀티태스킹 등이 없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e북이나 디지털 잡지를 읽기에 적합하다. 내가 보기에는 아마존 킨들보다 낫다. 하지만 e리더나 아이폰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아이패드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컴퓨터이다. 노트북을 놔두고 밤낮으로 아이패드를 써봤는데 갈수록 매력에 빠졌다. 노트북은 글을 쓰고 편집하고 플래시 동영상을 볼 때만 켰다.

아이패드는 데이터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소비에서는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다. 콘텐츠 생산에서도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편집하고 긴 서류를 작성하고 동영상 채팅을 해야 한다면 아이패드는 적합하지 않다. 배터리 수명은 애플이 발표한 10시간보다 길다. 노트북 스마트폰보다 오래 쓸 수 있다. 동영상을 계속 돌려봤는데 11시간28분이나 버텼다.

애플이 자체개발한 맞춤형 프로세서(A4)를 내장하고 있어 속도 역시 만족스럽다. 화면이 거의 실시간으로 뜬다. 이메일 사용하기도 편하다. 가상자판(버추얼 키보드)으로 입력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편하고 정확했다. 사진 동영상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게임을 플레이 해봤는데 만족스러웠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은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작은 크기로 뜬다.

애플은 주요 아이폰 앱을 아이패드에 맞게 새로 만들었다. 사진 앱은 놀라웠다. 아이폰이 아니라 맥 컴퓨터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이패드는 디지털 액자로도 쓸 수 있다.

아이팟 앱도 캘린더 앱,일정 앱처럼 예쁘다. 날씨 앱,시계 앱,증권 앱 등 이미 친숙해진 몇 가지 앱을 제외시킨 게 아쉽다. 써드파티 앱도 사용해 봤는데 아이폰 앱보다 콘텐츠가 훨씬 풍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이패드 앱도 사용해 봤는데 화려하고 기능이 대단했다. 지금까지 스크린으로 본 신문으로는 최고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과는 달리 아이패드 버전은 종이신문의 '모양과 느낌(룩앤필 · look and feel)'을 디지털 환경에 맞춰 최대한 재현했다. 다른 신문사 잡지사들도 각자 아이패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전자책 앱인 아이북스도 사용하기 편하다. 컬러란 점에서 킨들보다 낫다. 눈이 피로하지도 않았다. 올려진 전자책은 6만권으로 킨들의 40만권보다 훨씬 적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메일 프로그램은 로컬 폴더를 만들 수 없게 돼 있다. 이메일 집단발송도 안된다. 브라우저에 탭이 없고,와이파이 버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없으며,동영상을 와이드스크린으로 재현할 때 화면 위아래가 공백으로 남는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노트북 넷북을 얼마나 위협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