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 '오너' 회장들이 회사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거나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아 '오너' 경영진의 매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 대표이사 회장은 코리아써키트 주식 1만4570주(0.07%)를 하루 전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3.64%로 늘렸다. 자회사 코리아써키트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장 회장은 이에 앞서 한 달여 동안 이 회사의 주식 9만8270주(0.45%)를 사들이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장 회장의 지분 확대는 실적이 적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매출 2142억원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이 3%가량 줄고 영업적자를 지속했지만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업체인 자회사 인터플렉스가 선전한 덕에 당기순이익은 31억원으로 300%나 늘었다. 올 실적도 크게 호전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도 지난 18일 자사 주식 2만5650주(0.05%)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조 회장이 경영권 때문에 한진중공업 주식을 사들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한진중공업 지분 36.54%를 갖고 있고,조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6.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조 회장이 주식을 산 것은 그만큼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도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0일 이후 자사 주식 3만2000주(0.70%)를 장내매수,지분율을 10.29%로 늘렸다. 경영권의 강화 목적도 있겠지만 시가총액이 보유 중인 녹십자 지분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장섭 유화증권 회장도 꾸준한 주식 매수로 유명하다. 올 들어 12차례 지분변동 공시를 해 윤 회장의 보유주식은 보통주가 2만1740주,우선주는 2370주 증가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