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여성, 특히 나이든 여성층은 더하다. 마지막 장면이 사라지고 엔딩 크레딧(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소개)이 이어질 때까지 눈물을 훔치느라 눈가가 벌개진 사람도 적지 않다.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는 이렇게 관객을 울린다.

소재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배경은 교도소요,등장인물은 여자 죄수고,기둥 줄거리는 주인공이 감옥에서 낳아 키우던 아기를 입양시키기 전 하루만이라도 함께 바깥 구경을 하려 합창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배우 영화에 음악 영화라는 건데 둘 다 국내에선 인기 없는 분야다.

자칫 지나치게 어둡거나 쓴웃음을 유발했을지 모를 내용이 그럴 듯한 최루물로 잘 버무려진 셈이다. 100분 넘게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김윤진과 나문희라는 두 주연배우의 내공에서 나오는 듯하지만 조연들의 감칠 맛 나는 연기와 천진난만한 아기의 재롱 또한 뒤를 단단히 받친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다. 여러모로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감방 안에서 반찬 가득한 밥상을 차려놓고 식사하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다 싶고,자장가를 부를 때마다 아이가 울어젖힐 정도의 음치가 6개월 만에 합창단 솔로 역할을 맡을 만큼 노래를 잘하게 된다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남편의 상습 폭행에서 뱃속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남편과 제자의 불륜을 목격한 뒤 기막힌 심정에,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을 참다 못해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기사를 그대로 베껴놓은 듯하고,아이의 돌잔치 장면 또한 최근 나온 광고 장면과 너무 흡사하다.

나이든 관객에겐 아바타보다 한결 보기 편하고 감정 이입이 쉬운데도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같은 상투성과 그로 인한 밋밋함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엔 부모 자식 간 애끊는 사랑과 혈연의 끈끈함,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미움과 갈등 끝에 상대를 이해하고 감싸안는 따뜻함이 있다.

분명 가족인데도 엄마(혹은 아버지)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형제끼리 배신과 음모를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부모 자식끼리 물고 뜯는 TV드라마 내지 남성성을 내세워 툭하면 선혈이 낭자한 장면으로 점철되는 폭력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너무 울린다는 지적에도 불구, 관객이 몰리는 이유도 바로 그같은 돌봄과 화해,배려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