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단연 '포스코 포항제철'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보잘 것 없는 어촌이었던 포항이 40년 만에 환동해권 중심을 표방하는 경북지역의 경제과학 중심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어김없이 포항제철이 자리잡고 있다.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이후 '영일만 기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잘된 기업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생겨났다.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이 심각한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항은 3년째 인구가 늘어나는 저출산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것도 포항제철 덕분이다.

포항의 인구는 2000년 51만7250명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철강경기 침체 여파로 해마다 감소하면서 2006년 말에는 인구 50만명 선이 붕괴될 위기까지 맞았다. 당시 추세대로라면 연간 1만명 이상 가파르게 늘고 있는 구미에 경북 제1의 도시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었다.

인구감소 현상을 상승으로 되돌려 놓은 힘은 포스코에서 나왔다. 당시 깊은 경기침체 여파로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 투자계획마저 접던 상황에서 포스코는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사업을 과감하게 벌였다. 포스코의 투자는 신한기계 강림중공업 참앤씨 태창철강 등 국내 최대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포항으로 진출하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지역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되살리는 지역과 지역기업 간 윈-윈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에 쏟아넣은 설비투자 규모는 2003부터 2006년까지 4년간 5조6143억원,2007년 1조4800억원이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건설을 위해 총 5조42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포항공대),포항 · 광양에 유치원 및 초 · 중 · 고교 12개를 둔 포스코교육재단,포항가속기연구소,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이 적극적인 첨단과학 인프라 투자 및 인재양성에 나서면서 포항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설립 8~20년 만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포스코의 성장은 곧 포항의 성장으로 이어져 1970년 7만9000여명이었던 포항시 인구는 2009년 말 51만3347명으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포스코가 포항시에 내는 지방세도 2008년 기준 772억원으로 포항시 전체 세입원의 25%를 차지한다. '기업 하나가 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 5억여원에 그쳤던 시 재정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손수익 포항시 경제산업국장은 "철강 일변도에서 탈피해 포항테크노파크,테크노밸리,부품소재,영일만항 배후공단 등 산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포스코의 자본과 기술인력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마디로 포스코가 없는 포항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굴뚝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바꾸는 포스코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설비투자의 10%에 달하는 3조4500여억원을 환경부문에 쏟아부었다. 내년까지 포항제철소에만 1800억원을 들여 포항시내보다 더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인 제철소를 만들 계획이다.

포스코의 포항에 대한 사회환원 규모도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포항시내와 철강공단을 잇는 섬안큰다리 건설과 환호해맞이공원 조성,문화예술회관 건립,포항테크노파크 조성,포항국제불빛축제 등 시의 현안사업에 연간 2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포항과 전남 등 프로축구단 두 곳을 운영하는 데도 연간 400억원가량 낸다.

포항이 포스코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지역민과의 유대강화를 통한 신뢰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포항지역의 포스코 내에만 219개 봉사그룹에 1만4700여명의 회원들이 이웃돕기와 장학사업,의료봉사,일손돕기 등에 나서고 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은 대규모 봉사활동인 '나눔 토요일'로 정착시켰고 차상위계층을 위한 '사랑의 집 고쳐주기'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밀착 경영으로 주민들의 마음도 갈수록 열려 포항지역 한 사회단체가 포스코 창립 40주년을 맞아 실시한 지역기여도 조사 결과 긍정적인 답변이 57%에 달한 반면 부정적인 반응은 8%에 불과했다. 20년 전 같은 조사에서 부정적 반응이 70%가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변화다.

장성환 포스코 상무는 "제철보국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지역사회와 등을 돌렸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협력 사업을 통해 상생과 소통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포항과 포스코는 기업과 지역 간 상생관계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