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회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오랜 숙원인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이 대를 거쳐 이루어졌다.

현대제철은 5일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공장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그룹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진 일관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 행사를 갖고 이날부터 제1고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2006년 10월 27일 기공식 이후 전 임직원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매진해 왔다"며 "계획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짓고 있는 당진 일관제철소는 완공되면 400만t급 고로 2기를 갖춰 연 800만t규모의 철강을 생산하게 된다.

고 정주영 창업자를 비롯, '현대家'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철소 건설사업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조선소 등 '중공업 제국'을 일구는 데 있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으로 평가돼 왔다.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제철소 기공식 이후 일주일에 2~3차례 건설현장을 방문해 공사 일정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입식을 맞아 전날 전국에 내린 폭설을 뚫고 현장을 직접 찾은 정 회장은 묵묵한 표정으로 행사에 참가했으나, 고로에 불을 지피는 순간에는 얼굴에 큰 웃음이 번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이 직접 삽자루를 잡고 진행한 화입식은 고로에 처음으로 불씨를 넣는것 으로, 일관제철소의 심장인 고로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함을 의미한다. 불씨를 받아 가동된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제강공장으로 보내져 강철로 만들어진 후, 가공을 거쳐 자동차용 열연강판과 조선용 후판으로 탄생된다.

이날 가동에 들어간 1고로는 연간 400만t 규모로, 내년 2고로가 가동을 시작하면 총 800만t의 철강재가 국내에 공급돼 80억 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와 조선업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소재를 조달할 수 있는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고용유발 효과도 적지 않다. 건설분야 9만3000명, 운영 7만8000명에 이르는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당진 일관제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총 1조7000억원의 중소기업 매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생산유발 효과는 제철소 건설로만 13조원, 제철소 운영을 통해 11조원에 달한다. 건설비용만도 5조84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됐다.

대일무역적자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2894만t의 철강재를 일본과 중국 등에서 수입했다. 그 결과 당해 대일무역적자 327억달러 중 78억달러가 철강부문에서 발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 고로의 본격 가동으로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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