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극화 현상은 스포츠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소위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간 관중 수나 선수 소득의 차이가 그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국가대표' 같은 영화를 통해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육상은 특히 더하다.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서인지 마라톤 외에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다행히 대구시가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육상에 대한 관심 제고 및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최근 대구에서 열린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인간 탄환이라는 우사인 볼트의 불참으로 주목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막상막하인 타이슨 게이와 아사파 포웰이 참가한 데다 끝없는 기록 경신으로 한동안 맞수가 없으리라던 예상을 뒤엎고 베를린 대회에서 어이없이 탈락한 엘레나 이신바예바의 재기 여부가 기대를 모으면서 공중파 TV에서 생방송하는 특별대접을 받았다.

장대 높이뛰기에서 선수들이 몸을 회전해 바를 넘으면서 폴대를 밀어 바를 건드리지 않는 동작을 순식간에 마치는 걸 보면 참으로 놀랍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넘는 동작에 집중되지만 선수들은 폴대를 들고 30~40m의 도움닫기 구간을 질주,정확한 지점에 폴대를 대고 솟아 올라야 멋진 마무리 동작이 가능하다.

그러니 도움닫기를 달리는 선수들의 얼굴엔 결연한 의지가 배어난다. 멀리뛰기의 경우 여자 선수들의 기록은 7m도 안 되는데 도움닫기 거리는 그 4배가 넘는다. 도움닫기 거리는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도 최상의 결과를 내는 데 장애가 된다.

정부가 성년 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년 나이는 빨라지는데 자식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나이는 늘어난다. 어학 연수를 비롯한 취업 준비를 하느라 졸업을 늦추는 탓이다. 남자의 경우 경제적 독립 연령이 30세에 근접,사회생활 준비기간과 사회활동 기간이 같아지는 추세다.

육상경기에서의 도움닫기처럼 적절한 사회 진출 준비는 필수적이다. 복잡한 기술문명 도래로 점점 더 긴 교육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업종의 필요에 따라 짧게도 하고 길게도 하는 식의 도움닫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청년들이 나중에 딱히 쓰지도 않을 똑같은 스펙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느라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수학 연한만 늘리는 시스템이 방치되고 있다.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채용 방침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 파장이 클수록 긴 도움닫기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업무상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까지 높은 영어 성적을 요구함으로써 영어 학습에 대한 지나친 수요를 만들어내는 일은 재고할 때도 됐지 싶다.

김선구 카디프생명보험부사장 sunkoo200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