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23년 만에 본토 ‘빅3’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입지에 올랐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게 보낸 것이다.

13일(현지시간) WSJ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어떻게 성공했는가’라는 폴 인그라시아 WSJ 디트로이트 지부장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자동차산업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5%대로 뛰어올랐다"며 "지난 수 년간 현대차는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WSJ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토박이’ 업체인 포드, GM의 판매량이 각각 25%, 35% 줄어들고 주요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25~30%대의 낙폭을 기록한 반면, 현대차는 올해 첫 8개월간 되려 0.8%의 판매 신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의 성공스토리는 GM에게 있어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현대차는 과거 탄탄한 자국 내 시장에서 경쟁 없는 지위를 갖고 있었고, 경쟁 없는 회사 운영은 결국 제품 개발을 저하해 현대차의 세계시장 진출을 어렵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후 품질관리 부서를 신설하고 미국 시장에서 ‘10년-10만마일’이라는 획기적인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품질 개선에 주력한 결과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완공한 2004년, 현대차는 결국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 신차품질지수(IQS) 일반브랜드부문에서 일본 혼다와 함께 2위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1위를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형세단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중형세단 ‘쏘나타’는 일본 도요타의 ‘캠리’, 혼다의 ‘어코드’ 등과 경쟁을 펼쳤으며 기아차의 준중형 ‘쏘울’은 특이한 스타일로 시선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또 현대차를 구입한 고객이 실직할 경우 차량을 되사줄 것을 보장하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판촉활동도 효과를 거뒀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GM과 크라이슬러가 배워야 할 점은 간단하다”면서 “먼저 품질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또 “두 회사는 최근 들어 ‘그저 그런(so-so)'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GM이 뷰익 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CUV) '엔클레이브‘, 시보레 스포츠카 ’카마로‘ 등 성공적인 신차를 내긴 했지만 현대차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고, 크라이슬러의 공장은 피아트에게 인수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나 ‘10년 보증’과 같은 마케팅 활동이 성공한 것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읽어낸 덕분”이라며 “이 같은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라”고 주문했다. 일례로 GM이 최근 발표한 '60일 환불 보증'과 같은 판촉활동에 대해서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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