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KT&G 경영권 위협으로 한국 재계를 발칵 뒤집었던 '기업사냥꾼'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44)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행동에 나서 주목된다.

리히텐슈타인은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미국 워싱턴주의 지방은행 프런티어파이낸셜을 40억달러에 인수했다며 경기침체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은행업이 매우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은 "투자자본과 대출 수요는 시장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는 만큼 은행업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현재 각 은행들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매우 낮아진 반면 예대마진 확대폭은 커지면서 금융위기 당시보다 경영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은행업계를 제외한 시장 전체 전망에 대해선 "모두들 침체 탈출을 말하고 있지만 나로선 아직까지 확답을 줄 수 없다"며 "명확한 회복 신호가 보일 때까진 기다려야 한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기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이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의 부진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3년 뉴욕에서 설립된 스틸파트너스는 2006년 1월 칼 아이칸과 손잡고 KT&G에 대한 적대적 M&A(인수 · 합병) 시도로 한국 시장에 파란을 몰고 온 것을 비롯해 삿포로맥주 불도그소스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주로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하면서 올 들어 자산 규모가 40% 급감한 22억5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