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후의 세계경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으나 국토차원에서는 '도시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문잡지인 포린폴리시 최신호는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핵심 도시권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치 중세시대에 도시국가가 생산과 상업,교역의 중심이 되었듯이 향후 세계는 사람,자본,정보가 고도로 집중되는 도시권이 그 힘을 발휘하는 신중세시대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40개의 도시권이 전 세계 경제규모의 67%,신기술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핵심 도시 경제권을 전략적으로 육성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시권을 만들고 이들 도시권을 네트워크화해 '전국을 하나의 도시권'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 생생경제 국민 아이디어 모집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오재학 박사가 제안한 'KTX 네트워크 경제권 개발방안'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존 8개의 경부고속철도 정차역과 향후 조성될 5개의 호남고속철도 정차역을 중심으로 KTX 역세권을 개발하고 이들을 연계하면 전국이 1~2시간대의 광역도시생활권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일본 신칸센 나고야역의 경우 상부에 다목적 복합용도로 JR센트럴타워즈를 개발해 역세권 브랜드화에 성공했으며 시즈오카역은 고급 상권개발을 성공시켜 도쿄권 상권에 대응하고 있다. 필자도 얼마 전 일본 기타규슈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을 때 신칸센 역세권에 있는 호텔에서 잔 적이 있다. 회의개최,숙식,특산물 쇼핑,인근지역으로의 환승 등 일체의 활동이 역세권 내에서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을 경험하고 감탄한 바 있다.

한국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철도 역세권을 지역경제의 새 거점으로 육성하자면 몇 가지 모델이 결합돼야 한다.

첫째,복합기능형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 역세권의 랜드마크로서 고속철도 역사 건설 또는 개축,상업업무,연계교통,정보교류,주거 및 문화경관 기능의 확충 등 복합형 콤팩트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철도역사로부터 10~20분 이내의 보행거리에 있는 지역은 역세권의 중심시가지로서 여기에는 업무지구,호텔,컨벤션센터,백화점,레스토랑,관광정보센터 등이 입지한 복합타운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녹색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역세권을 개발할 경우 그린 오피스텔,그린홈,역세권 전용 자전거 및 전기자동차 보급,미니 도심공원 조성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역세권 내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감축할 수 있고,물류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저탄소 도시개발의 시범지구로 부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특성화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 국토 전체 차원에서는 각 역세권의 기능이 특화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가령 광주,대구,부산,대전 등 KTX 역세권의 특성화 기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5+2 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화기능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도의 네트워크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 개별 KTX 역세권을 전국적으로 네트워크화해 전국이 하나의 도시권으로 통합돼 경제활동,정보교류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구도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KTX 역세권 네트워크 구상 마스터플랜을 국가와 지자체가 협력해 조속히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기반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뿜어져나올 새로운 기회를 한국이 선점하기 위해 KTX 역세권 중심의 새로운 국토발전 전략을 스피드있게 실천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