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아커야즈 지분 절반쯤 남기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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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른 투자금 회수→재투자
강덕수式 M&A 전략 재시동
STX그룹이 작년 말 인수한 'STX유럽(옛 아커야즈)'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블록세일' 형태로 다른 회사에 통째로 넘기거나 재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회사를 인수한 뒤 회수 가능한 자금을 빠르게 뽑아내 다른 투자처를 노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독특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 이번에도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아커야즈 여유지분 털어낸다
STX는 작년 10월 아커야즈 지분 39.2%를 인수,최대 주주가 된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최대 주주가 바뀔 경우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나머지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노르웨이 증권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STX가 19일 현재 확보한 아커야즈 지분은 97.9%에 달한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정도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분 매각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잡고 있다. 하나는 매각 지분 전체를 한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절차가 간단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아커야즈를 다른 나라 증시에 재상장하는 것이다. 현재 아커야즈는 노르웨이에 있는 지주회사만 오슬로 증시에 상장돼 있다.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등 주요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소를 각각 따로 상장시키는 방안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제3자에게 블록세일 형태로 파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오슬로 증시에 있는 아커야즈 지주회사를 상장 폐지하고 재상장 또는 개별 상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아커야즈 인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공개매수 포함)은 약 1조4000억원.STX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거둬들인다는 복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커야즈 지분을 공개매수할 당시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으로 오슬로 증시 주가가 폭락해 비교적 싼 값인 주당 63NOK(노르웨이 크로네)에 사들일 수 있었다"며 "아커야즈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 이번 매각에서는 주당 120NOK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 기병처럼 재빠르게
그동안 STX그룹은 M&A라는 전투를 치르고 난 뒤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빨랐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했을 때도 곧바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HSBC에 지분 15%를 액면가의 3배 금액으로 팔아 넘겼고 1년 반 뒤에는 상장을 통해 같은 조건으로 지분 30%를 일반 공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대동조선 지분 37.5%를 보유한 상태에서 181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2004년 초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사들였을 때도 '스피드'는 여전했다. 곧바로 'STX팬오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 입히고 쏟아부은 돈을 거둬들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STX조선처럼 국내 상장을 생각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았다. '대주주가 바뀌면 1년 내에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없다'는 국내 증권관련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STX팬오션 출범 당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해운주의 인기도 시들했다. STX그룹은 머뭇거리지 않고 눈을 해외로 돌렸다. 범양상선을 인수한 바로 그 다음해 싱가포르에 직상장해 3800억원을 거둬들였다.
'공격적인 인수→재빠른 투자금 회수→또 다른 투자기회 모색'으로 이어지는 '강덕수식(式) M&A 기법'은 아커야즈를 인수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이달 초 아커야즈의 프랑스 조선소인 'STX프랑스크루즈' 지분 33.3%를 프랑스 정부에 최대 4000억원을 받고 매각키로 했고 뒤이어 아커야즈 본사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강덕수式 M&A 전략 재시동
STX그룹이 작년 말 인수한 'STX유럽(옛 아커야즈)'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블록세일' 형태로 다른 회사에 통째로 넘기거나 재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회사를 인수한 뒤 회수 가능한 자금을 빠르게 뽑아내 다른 투자처를 노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독특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 이번에도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아커야즈 여유지분 털어낸다
STX는 작년 10월 아커야즈 지분 39.2%를 인수,최대 주주가 된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최대 주주가 바뀔 경우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나머지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노르웨이 증권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STX가 19일 현재 확보한 아커야즈 지분은 97.9%에 달한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정도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분 매각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잡고 있다. 하나는 매각 지분 전체를 한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절차가 간단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아커야즈를 다른 나라 증시에 재상장하는 것이다. 현재 아커야즈는 노르웨이에 있는 지주회사만 오슬로 증시에 상장돼 있다.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등 주요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소를 각각 따로 상장시키는 방안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제3자에게 블록세일 형태로 파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오슬로 증시에 있는 아커야즈 지주회사를 상장 폐지하고 재상장 또는 개별 상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아커야즈 인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공개매수 포함)은 약 1조4000억원.STX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거둬들인다는 복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커야즈 지분을 공개매수할 당시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으로 오슬로 증시 주가가 폭락해 비교적 싼 값인 주당 63NOK(노르웨이 크로네)에 사들일 수 있었다"며 "아커야즈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 이번 매각에서는 주당 120NOK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 기병처럼 재빠르게
그동안 STX그룹은 M&A라는 전투를 치르고 난 뒤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빨랐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했을 때도 곧바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HSBC에 지분 15%를 액면가의 3배 금액으로 팔아 넘겼고 1년 반 뒤에는 상장을 통해 같은 조건으로 지분 30%를 일반 공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대동조선 지분 37.5%를 보유한 상태에서 181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2004년 초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사들였을 때도 '스피드'는 여전했다. 곧바로 'STX팬오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 입히고 쏟아부은 돈을 거둬들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STX조선처럼 국내 상장을 생각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았다. '대주주가 바뀌면 1년 내에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없다'는 국내 증권관련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STX팬오션 출범 당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해운주의 인기도 시들했다. STX그룹은 머뭇거리지 않고 눈을 해외로 돌렸다. 범양상선을 인수한 바로 그 다음해 싱가포르에 직상장해 3800억원을 거둬들였다.
'공격적인 인수→재빠른 투자금 회수→또 다른 투자기회 모색'으로 이어지는 '강덕수식(式) M&A 기법'은 아커야즈를 인수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이달 초 아커야즈의 프랑스 조선소인 'STX프랑스크루즈' 지분 33.3%를 프랑스 정부에 최대 4000억원을 받고 매각키로 했고 뒤이어 아커야즈 본사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