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 출발점은 지난 5월18일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였다. 일본 보수ㆍ우파신문인 요미우리는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할 방침"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 정부가 즉각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경고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당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일본 언론의 독도관련 기사가 다시 주목받은 건 지난 13일.이번엔 교도통신이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지난 9일 홋카이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할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한국에 사전통고를 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야부나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14일 기자회견에서 "9일 시점에선 정부 방침이 결정된 바 없었다. 교도통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15일 다시 한 술 더 뜬 기사를 낸다. "지난 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후쿠다 총리가 '독도의 영유권' 표기를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것.이 대통령이 저자세를 취했다는 얘기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어쨌든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일본 정부의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배후에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가 보인다. 실명이 아닌 익명의 관계자 인용 보도→보도 이후 정부는 공식 부인 등 '치고 빠지기식' 언론플레이의 기본 요건을 다 갖췄다.

실제 일본 정부는 한국의 거듭된 경고에 막판엔 "지난 5월 요미우리 보도로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이 표기된다는 게 다 알려졌는데,지금 와서 명기하지 않으면 한국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우리 측에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한 기정사실화 전략을 시인한 셈이다. 만약 일본이 남의 나라 대통령 발언까지 조작해가며 한국의 분열을 기도했다면 정말 '야비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