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선 눈치보지말고 일하라지만…CEO공백 공기업 두달째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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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개월째입니까.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지만 청와대가 눈치를 보게 만들지 않습니까."
청와대를 향한 공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서 모든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표를 받아놓은 지 벌써 2개월여.그러나 기관장 재신임 여부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각 부처도 청와대의 지시대로 산하 기관장의 사표를 받아 일괄 제출했을 뿐,청와대만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공기업 인사를 현재 추진 중인 공기업 구조개편 작업과 연계시킨다는 원칙이다.
더욱이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기관은 CEO추천위원회 등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하고,CEO가 선임되더라도 업무 파악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업 경영은 한동안 헛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 위한 주간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껏 전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빚어지고 있으나 최종계약을 맺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라는 외환ㆍ우리은행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내부 혼란은 김창록 총재가 지난달 사표를 제출,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에 빠진 게 결정적인 이유다.
기획담당 등 핵심 임원 4명까지 1개월 넘게 공석이라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경영지원본부장 등 핵심 임원의 임기가 이달 끝나지만 양천식 행장의 재신임 여부가 결론나지 않아 인선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도 임원급 3명의 임기가 지난해 11월 끝났지만 6개월 가까이 후임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거취가 불투명한 CEO 체제 아래에서는 조직이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도 CEO 교체 여부가 결론나지 않아 에너지 수급을 위한 장기 대책 마련에 손과 발이 묶여 있다.
새 정부가 에너지 외교에 주력하겠다며 한승수 총리를 곧 중앙아시아에 특사로 파견하지만 정작 따라가야 할 에너지 공기업 CEO들의 입장은 어정쩡하기만 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 대상 공기업만 수백곳에 달하고 공기업 구조개편과 인사의 가닥을 잡아 나가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현재 302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을 바꿔야 할 대상은 200여개.공기업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자산 규모만 300조원으로 세계 60위권의 금융회사이지만 최고경영자(CEO) 교체 문제로 두 달 가까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박병원 회장이 교체될 경우 이사회 정식 사표 제출과 회장추천위원회 구성,공모 등 새로운 인선절차를 속전속결로 한다고 하더라도 1개월 이상 추가적인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CEO가 업무파악과 사업계획 점검 및 수립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올해 경영은 포기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적극적인 경영 지도권을 행사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박대동 사장 역시 재신임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솔직히 어딜 쳐다보고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 주무 부처도 "청와대를 상대로 인사의견을 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인사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임으로 한 달 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L씨의 경우 '공신'으로 분류되면서 청와대가 챙겨줘야 할 1순위 후보라는 게 금융권의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H씨도 이명박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로 분류되면서 산업은행 총재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된 Y씨도 산은 총재 등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미 '봐줄 사람'을 정해놓고 인사원칙을 꿰맞추고 있다는 '역(亦) 매터도'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사개혁의 목표나 방향에 대한 기준 마련없이 일괄교체가 추진된 것이 문제"라며 "코드를 떠나 경영능력이 있는 인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박준동/박수진 기자 sglee@hankyung.com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지만 청와대가 눈치를 보게 만들지 않습니까."
청와대를 향한 공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서 모든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표를 받아놓은 지 벌써 2개월여.그러나 기관장 재신임 여부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각 부처도 청와대의 지시대로 산하 기관장의 사표를 받아 일괄 제출했을 뿐,청와대만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공기업 인사를 현재 추진 중인 공기업 구조개편 작업과 연계시킨다는 원칙이다.
더욱이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기관은 CEO추천위원회 등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하고,CEO가 선임되더라도 업무 파악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업 경영은 한동안 헛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 위한 주간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금껏 전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빚어지고 있으나 최종계약을 맺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라는 외환ㆍ우리은행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내부 혼란은 김창록 총재가 지난달 사표를 제출,사실상 직무정지 상태에 빠진 게 결정적인 이유다.
기획담당 등 핵심 임원 4명까지 1개월 넘게 공석이라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경영지원본부장 등 핵심 임원의 임기가 이달 끝나지만 양천식 행장의 재신임 여부가 결론나지 않아 인선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도 임원급 3명의 임기가 지난해 11월 끝났지만 6개월 가까이 후임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거취가 불투명한 CEO 체제 아래에서는 조직이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도 CEO 교체 여부가 결론나지 않아 에너지 수급을 위한 장기 대책 마련에 손과 발이 묶여 있다.
새 정부가 에너지 외교에 주력하겠다며 한승수 총리를 곧 중앙아시아에 특사로 파견하지만 정작 따라가야 할 에너지 공기업 CEO들의 입장은 어정쩡하기만 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 대상 공기업만 수백곳에 달하고 공기업 구조개편과 인사의 가닥을 잡아 나가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현재 302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을 바꿔야 할 대상은 200여개.공기업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자산 규모만 300조원으로 세계 60위권의 금융회사이지만 최고경영자(CEO) 교체 문제로 두 달 가까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박병원 회장이 교체될 경우 이사회 정식 사표 제출과 회장추천위원회 구성,공모 등 새로운 인선절차를 속전속결로 한다고 하더라도 1개월 이상 추가적인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CEO가 업무파악과 사업계획 점검 및 수립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올해 경영은 포기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적극적인 경영 지도권을 행사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박대동 사장 역시 재신임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솔직히 어딜 쳐다보고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등 주무 부처도 "청와대를 상대로 인사의견을 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인사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임으로 한 달 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L씨의 경우 '공신'으로 분류되면서 청와대가 챙겨줘야 할 1순위 후보라는 게 금융권의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H씨도 이명박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로 분류되면서 산업은행 총재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된 Y씨도 산은 총재 등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미 '봐줄 사람'을 정해놓고 인사원칙을 꿰맞추고 있다는 '역(亦) 매터도'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사개혁의 목표나 방향에 대한 기준 마련없이 일괄교체가 추진된 것이 문제"라며 "코드를 떠나 경영능력이 있는 인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박준동/박수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