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커녕 외자도 못받게 하다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박준영 전남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격노했다.

남해안 다도해를 관광 벨트로 묶기 위해 육지와 섬,섬과 섬 사이에 12개 다리를 놓는 전남도의 민자 유치 사업이 관료들의 경직된 법 해석으로 가로막힌 사연을 듣고서였다.

지난 22일 전남.북 지사와의 연쇄 면담에 배석한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지사는 "국도 77호선 여수~고흥 구간 연륙(連陸).연도(連島)교 건설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이 늦어져 일본 자본을 유치해 민자 사업으로 돌려 신속하게 추진하려 했으나 건설교통부가 '일반 국도로 계획돼 있는 도로를 민자 유료 도로로 전환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놔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이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이 당선인은 "법을 고쳐서라도 반드시 되게 해 주겠다"고 박 지사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 77호선은 장기적으로 인천에서 목포를 거쳐 부산까지 서·남해안을 일주하는 해안 도로로 계획돼 있다.

지금은 충남 전북 전남 등지의 육지 구간만 띄엄띄엄 건설됐다.

그 사이 사이에 육지와 섬,그리고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연륙.연도교가 채워져야 비로소 도로로서 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연륙.연도교는 전북 군산~경남 남해군 구간에 모두 27개가 놓일 계획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지역은 여수 종화동에서 돌산도.화태.백야.적금도 등 소규모 섬들을 이어 고흥까지 향하는 9.2㎞ 구간이다.

여수와 고흥 사이의 10개 섬을 12개 다리로 U자형으로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실현되기만 한다면 이 구간이 '세계의 다리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란 얘기다.

또 각각의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면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간직한 여수 반도와 고흥 반도 사이 작은 섬들이 리조트 천국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자 사업에 응한 일본계 자본들도 다리 건설 공사와 그 주변 리조트 개발권을 패키지로 묶어 수주하고 싶어할 정도다.

지금은 여수시 화양면(육지)과 백야도를 잇는 백야교(총 연장 325m)만 정부 예산으로 건립된 상태다.

나머지 11개 다리는 현상 공모를 통해 설계를 끝낸 상황이지만 예산이 없어 답보 상태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남도가 매년 조금씩 나오는 중앙정부 예산만으로는 이 구간 완공에 2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판단 아래 건설 분야의 자본 인력 설비 등이 남아도는 일본 건설업체들을 좋은 조건에 끌어들인 것으로 안다"며 "돈을 못 주는 정부가 이런 사업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가로막아서야 되겠느냐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면담이 끝난 뒤 배석한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중앙 공무원들이 어떻게든 일이 되는 방향으로 도와줘야 하는데도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뒤집어쓸까 봐 최대한 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면서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앙 공무원들이 먼저 뛰면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서 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