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구글(Google)을 꼽을 수 있다.

IT업계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구글의 힘은 '단순함'에서 시작됐다.

구글 홈페이지는 수많은 서비스와 동영상이 넘쳐나는 다른 홈페이지와 달리 단순히 구글 로고와 검색창만 존재한다.

기능면에서도 다른 사이트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메인 페이지에 소개하려고 할 때,구글은 오로지 검색에만 역량을 집중했다.

이런 단순함이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구글의 '위대함'으로 평가돼 2005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 지를 '올해의 인물(Men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다.

단순함으로 업계를 평정한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도 단순한 조작법으로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카트라이더'는 기존 레이싱게임이 실제 경주와 비슷하게 재현하려 했던 통념을 깨고 시프트(Shift),컨트롤(Ctrl),화살표 키만으로 레이싱 게임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승부욕이라는 레이싱게임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되 배경과 캐릭터,조작법을 단순화함으로써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

애플의 '아이팟'은 명함 크기의 얇고 심플한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애플이 그동안 선보였던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 매력이 '아이팟'을 통해 마음껏 발산됐다는 것이다.

애플 관계자는 "많은 기능을 채택하려고만 노력했던 경쟁업체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가장 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음질과 디자인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단순함의 힘이 곳곳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기업들은 항상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이 제품이 히트상품되기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결과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단순함이란 키워드는 이런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단순함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디자인 경영'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최근 몇 년 사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비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경 소비자대상에 선정된 영광의 상품들도 '단순함과 디자인 혁신'을 화두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LCD TV에서도 단순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파브 시리즈의 성공비결인 '선행개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미리 파악해 상품 컨셉트를 정하고 그에 따른 기획과 개발을 진행하는 '선(先)디자인 후(後)개발체제'로 보르도 TV 등의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TV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TV 개발의 초점이었던 화질과 음질보다 기능 및 디자인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삼성전자는 감성에 어필하는 '와인' 컨셉트를 내놨고,이는 경쟁업체들이 '짝퉁 보르도'를 내놓을 정도로 세계 LCD TV시장의 선두로 올라섰다.

LG전자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 '2007년형 아트 디오스'는 디자인 냉장고의 대표명사가 됐다.

국내 가전시장에 '아트열풍'을 몰고온 LG전자의 디자인 냉장고는 출시 이후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선보인 '아트 디오스'는 꽃의 화가로 불리는 하상림 작가의 디자인이 채용됐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가전제품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자는 전략에서였다.

아트 디자인에 힘입어 LG전자는 냉장고부문에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 밀렸으나 지난 8월 출시한 아트 디오스로 올 들어 3분기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단순함(Simple)'뿐 아니라 '절약형(Saving)''안전성(Safety)'도 무시하지 못할 히트상품의 요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과 노동,에너지 등을 줄여주는 절약형 제품들은 웰빙, 친환경 등의 트렌드와 발맞춰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년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히트상품 리스트에 오르는 품목을 살펴봐도 간편조리,간편채소 등의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50% 이상씩 신장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춰 한국인의 기본 음식인 밥이나 김치 등도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즉석요리나 간편요리 제품 등의 매출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