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966년 개청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현직 수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는 사실은 조직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일선 세무공무원들 사이에는 "세풍(1997년 국세청의 불법 선거자금 모금사건) 이후 공정한 세정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구속 수감 소식이 전해진 6일 밤 서울 수송동 국세청 본청 건물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한상률 차장 등 고위 간부들은 밤 늦게까지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던 직원들은 "설마 했는데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침통한 모습이었다.

본청의 한 고위 간부는 "징세와 조사 업무는 신뢰가 기본인데 국민들이 이번 일로 국세청을 어떻게 보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세금을 거둘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직 청장들이 재직 중 비리로 문제가 된 경우는 있었지만 현직 청장이 영장실질심사까지 버티다 구속되기는 처음이어서 국세청 직원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컸다.

1966년 재무부의 외청으로 독립한 국세청은 그동안 조세권과 과세권을 갖고 '경제 검찰'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등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전 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배출된 16명의 전직 청장 중엔 이 같은 '힘'의 유혹에 빠져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경우가 있다.

구속 등 사법 처리된 사람만도 5명에 이른다.

안무혁(5대).성용욱(6대) 청장은 1987년 대선 과정에서 안기부장과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며 불법선거자금을 거둬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채주 청장(10대)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세풍'으로 불린 불법 선거자금 모금 사건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손영래 청장(13대)은 '썬앤문' 사건 관련 수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본청의 한 직원은 "퇴임한 청장들이 재직 당시의 일로 사법 처리됐을 때도 전체 조직에 큰 부담이 됐었다"면서 "이번에 현직 청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장의 결백 주장을 신뢰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청의 한 간부는 "아픔이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악습의 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장이 사의 표명을 미룬 채 조직에 부담만 안겨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본청의 한 과장은 "보름간 버틴 결과가 구속 수감이냐"면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의를 표명하는 수장다운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