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임기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노무현정부가 정권 말기에 구걸하는 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하는지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극심한 경제난을 포함하여 답답한 것은 북쪽인데 왜 우리가 먼저 보따리를 싸들고 가서 만나달라고 매달리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이유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즉 참여정부의 업적으로 대북관계 개선을 내세우고 싶든지,12월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번 만남을 위해 노무현정부는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음에 틀림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가 없이 임기말 레임덕 남한 대통령을 만나 줄 리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 사실이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뒷돈을 주었는지는 현재로선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미 통일부는 북한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포함해 매년 12조원이 넘는 지원을 거론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우리가 북한을 도와주려면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도와주는 만큼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지원은 오로지 만남을 구걸하기 위한 지원이고,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양을 떠는 지원이다. 실패한 햇볕정책과 그에 수반된 막대한 지원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도와주고 이제 그 핵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막대한 지원을 하려는 대북정책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대북지원 이유로 경제적 효과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기 바란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국민혈세로 5조원 이상의 지원을 했고 정부의 비공식지원이나 민간차원의 지원 또한 그에 못지않게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철저히 마이너스였다.

투자만 됐지 남한경제에로의 긍정적 환류효과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쌀과 비료,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조성,개성공단의 부실 입주기업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은 모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혹자는 남북한 긴장완화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고 하겠지만 그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제조했고 그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친 영향은 이루 계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북한경제를 활성화시킨 흔적도 없다.

북한주민의 일시적 고통완화와 김정일 독재정권의 연명에 기여했는지 모르겠으나 북한경제의 구조적 개선이나 경제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었다. 우리의 지원이 북한의 변화와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북지원을 옹호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미래 통일비용의 절감도 북한경제가 시장경제체제로 변화하지 않는 한 전혀 의미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노무현정부는 다시 매년 조 단위의 돈이 드는 대북지원 사업을 약속하려고 한다.

임기 말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이미 빚투성이인 우리 재정으로서는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하기가 어려울 텐데 임기 동안 국가부채를 2∼3배 이상 늘린 정부가 이러한 약속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다음 정부와 우리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둘째,모든 대북지원은 북핵폐기와 북한체제의 실질적 개선과 연계되어야만 한다.

북핵의 완전폐기를 전제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모든 지원은 북한의 민주화·시장경제화와 연계되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도와야 하지만,북한이 민주화되고 시장경제화되는 정상국가화를 위해 도와야 한다.

이러한 북한의 정상국가화 없이 통일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이질적인 체제,사고방식,문화를 그대로 둔 채 단순한 물리적 통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갈등과 남한 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반드시 북핵폐기를 이뤄내야 한다.

북핵폐기가 없는 어떤 정상회담의 결과도 실패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는 지원을 함부로 약속해선 안될 것이다.

북한 또한 국민의 동의에 근거하지 않은 현 정부의 지원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