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소파 등 中 제품 우너산지 속여 판 업체 무더기 적발


회사원 A씨(38)는 최근 한 백화점에서 구입한 일본제 새 드라이버를 들고 골프를 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드라이버가 제대로 맞았다 싶었는데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고작 100야드 정도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드 내부가 깨진 것이다.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매장을 찾은 그는 'Made in Japan'으로 표시된 자신의 드라이버가 중국산 헤드와 일본산 샤프트로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중국산 골프채와 안경테 시계 선글라스 등을 수입한 뒤 원산지를 일본산 홍콩산 등 엉터리로 표기해 팔아온 백화점과 대형 마트,무역업체,중간 판매업체 등이 대거 적발됐다.

관세청은 지난 6월11일부터 한 달 동안 521개 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특별 단속을 실시해 위반 업체 89개를 적발하고,이 중 13개 업체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곳에는 무역업체,중간 판매업체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대형 소매점도 포함됐으며,적발 및 고발 업체에도 유명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물건을 품목별로 보면 안경 및 선글라스 13건,가구 7건,골프용품 6건,신발 6건 등으로 많은 편이었고 가습기 소파 핸드백 관 지갑 낚싯대 시계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

적발된 89건 중 64건이 중국산을 다른나라 제품으로 속인 경우였다.

안경류의 경우 중국산 안경테를 수입한 뒤 'Made in China' 표시를 지우고 국내산인 것처럼 팔거나,중국산 안경테를 홍콩이나 일본에서 다시 포장하면서 'Made in HK' 또는 'Made in Japan' 등으로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사례가 많았다.

중국산 소파,필리핀산 쿠션 등을 수입하면서 꼬리표나 떼기 쉬운 스티커 등에 원산지를 표시,수입통관한 후 꼬리표와 스티커를 없애고 판매하거나,중국산 낚시릴을 들여와 포장박스에만 원산지를 표시하고 물건에는 표시하지 않고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산 핸드백을 수입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핸드백 안쪽에 원산지를 아주 작게 표시하고 바깥 쪽에는 특정 국가명(Italy 등)이 들어간 상표명을 크게 표시한 경우도 단속됐다.

이 밖에 중국산 관을 분해해서 목재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조립,원산지 표시 없이 팔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직도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과 정확한 원산지 표시 방법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며 "의류와 골프채 안경 선글라스 가방 신발 인삼 쇠고기 등은 원산지 표시를 속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