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umer] Star & The Ad…문근영 파격변신시킨 KTF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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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기업 향한 도전정신 표현
지난해 12월 26일 문근영의 변신이 공중파, 케이블 TV,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멋있다. 귀여운 모습도, 섹시한 모습도 모두 예쁘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어린아이가 화장한 것 같다”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For My Life(내 인생을 위해)/내가 그릴래/내 가슴에/나의 미래/나빴던 기억도 하얗게 칠해 가릴래/몸이 아닌 마음으로 입는 멋진 옷/내 손으로 만들어 볼 거야. ‘Change Of My Life(내 인생의 변화).’
지난해 12월 26일. 10여 일간의 티저(중요한 내용을 감춰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뒤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는 방식)광고를 통해 예고된 문근영의 변신이 공중파, 케이블 TV,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저게 진짜 문근영이야?”, “멋있다. 귀여운 모습도, 섹시한 모습도 모두 예쁘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문근영의 이런 모습은 비호감이다. 어린아이가 화장한 것 같다”, “근영아, 국민의 여동생으로 남아주면 안 되겠니”라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KTF의 음악 포털사이트인 ‘도시락’(www.dosirak.com) 광고에서 뮤지컬 가수로 변신한 문근영은 헝클어진 머리에 짙은 립스틱과 진한 마스카라를 칠하고 가슴선을 노출한 채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왔다. 춤도 의자에서 다리를 벌리는 도발적인 자세를 연출하는 등 기존의 어리고 순수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광고의 줄거리는 신입 단원으로 입단한 문근영이 춤과 연기가 미숙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등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공연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선배 대신 주인공으로 나서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얘기다.
이 광고는 이래저래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 여동생인 문근영의 충격적인 변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찬반 논란과 함께 문근영이 부르는 노래의 일부분이 기존 유행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표절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 것.
1년 만에 빛을 본 기획
하지만 광고를 기획한 KTF와 제일기획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상품광고를 프로모션하는 KTF IMC팀 남승현 차장은 “새 광고가 나간 후 도시락 사이트에 접속하는 수가 작년 일 평균치에 비해 35% 이상 늘었다”며 “광고를 내보낸 지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긴 섣부르지만 ‘도시락’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KTF가 문근영과 모델 전속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3월이다. 그 전에도 안성기, 장나라 등 KTF의 대표적인 광고 모델이 있었지만 문근영은 어려운 시기에 제 역할을 해준 ‘효녀’ 모델이다. 지난 2004년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서 가입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한 시기에 문근영은 10대층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인 ‘Bigi(비기)’의 모델로 나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 결과 KTF는 10대들 사이에서 경쟁사의 T서비스보다 한층 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평가다. 하지만 2005년 들어 KTF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음원 시장에 대한 진입이었다. 경쟁사인 SKT의 경우는 반 년 먼저 진입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벅스와 소리바다 등 기존 음원 사이트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맹추격한 데 반해 KTF는 ‘도시락’이라는 사이트를 개장했지만 네티즌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디자인 캠페인’이었다. 2001년 8월부터 고집해온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이란 캠페인만으론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에 공감해 2005년 9월 KTF와 제일기획은 새로운 콘셉트의 광고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했다.
제일기획 김태해 국장은 “고객에게 좀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1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광고주의 새 경영의지를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디자인 캠페인은 고객들이 통신요금, 멤버십, 무선인터넷 등 휴대폰과 관련된 생활 전반을 직접 디자인한다는 게 취지.
문근영의 변신도 이때 기획했다. 제일기획은 KTF의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문근영도 성숙한 이미지의 가수로 변신시키자고 발의한 것. 이번 광고처럼 야한 콘셉트는 아니었지만 문근영의 새로운 모습이 ‘고객이 원하는 모습으로 직접 디자인한다’는 새 캠페인의 의도를 잘 반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새 기획안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쪽은 문근영의 소속사였다. 소속사인 나무액터스는 ‘문근영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황에서 벌써 성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KTF도 처음에는 문근영의 파격 변신 카드를 추진하다가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미 눈에 익은 기존 모델을 투입하는 게 소비자에게 뭔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어색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한 발 물러섰다.
KTF는 문근영 카드 대신 지난해 4월 비교적 무명의 모델을 투입해 ‘디자인에 미치다’라는 카피의 ‘스크래치’ 등 세 개의 광고를 냈다. 스크래치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가죽점퍼의 젊은이가 자신의 빈티지 패션에 어울리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휴대폰을 벽에 긁어 스크래치를 만든다는 줄거리.
“공감대가 낮은 콘셉트를 새롭게 소개할 땐 신인 모델을 써서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문근영 보고 당장 휴대폰을 긁는 광고를 시킬 순 없지 않겠습니까?”(KTF 남승현 차장).
수면 깊숙이 들어갔던 문근영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5개월 뒤인 작년 9월이었다. 문근영이 성인 멜로연기를 한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가 지난해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데다 소속사도 마침 문근영의 이미지를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자연스럽게 바꾸려 하던 차였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도입
제일기획 측도 당초 가수로 음반을 취입하는 형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 기법을 제안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안에 특정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 그 브랜드와 콘텐츠가 동일시될 정도로 강하게 부각시키는 광고 기법이다. 이와 유사한 간접광고(PPL)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에 소도구나 배경 등으로 나와 소극적인 광고 효과를 내는 데 반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 효과를 낸다는 특징이 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배우의 모습과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혁신하는 KTF의 의지를 담으려니 기존 광고 기법으론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노래만 들려주기보다는 스토리와 음악이 적당히 가미된 뮤지컬이 좋은 툴(도구)이라고 결론을 내린 거죠”(제일기획 CS2팀 송상헌 차장). 뮤지컬은 배우와 광고주 모두에게 윈-윈의 선택이었다.
뮤지컬은 모든 배우가 인생에 한 번쯤은 하고 싶어 하는 장르. 배우로선 광고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충분히 문근영의 섹시한 모습을 노출하면서도 극중 설정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해 급작스러운 변신에 대한 반감도 줄일 수 있었다.
KTF 입장에선 사실상 회사의 대표 모델로 활동해 온 문근영에게 걸맞은 역할을 찾아주지 못해 고민하던 상황이었으나 이 광고를 도입함으로써 문제의 해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KTF 측은 “스크래치 등의 광고는 눈길은 끌었지만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긴 부족했다”며 “이웃집 여동생 정도로 여기던 문근영이 이런 식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디자인’이라는 게 실제 생활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광고의 촬영은 11월 중순쯤 시작해 약 15일 만에 끝났다. 이 기간은 6분짜리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것이었다. 이중 문근영이 직접 연기한 것은 5일. 춤을 배우는 데에는 고작 반나절이 걸렸다. 문근영이 안무가에게 ‘거의 천재적’이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로 춤 솜씨를 보이며 일사천리로 촬영을 끝냈다. 광고는 뮤직비디오의 일부분을 편집해 15초부터 60초까지 분량의 네 개의 버전으로 나왔다.
따라서 이 뮤직비디오를 앞으로 광고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인터넷 음악 포털사이트에 올라가 음악 및 뮤직비디오 다운로드 등 유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벨소리, 통화 연결음, 폰배경 음악 등 휴대폰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할 경우 네티즌 사이에서 ‘버즈’(입소문) 효과를 내는 장점도 있다. 특히 문근영의 변신 프로젝트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마케팅 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KTF 남 차장은 “프로젝트 초반이기 때문에 아직 이번 광고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번 이벤트를 한 번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인터넷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표절 논란과 네티즌의 문근영에 대한 안티 움직임이다. KTF 측은 “한 번만 내보내고 말 광고라면 그 내용이 좋든 나쁘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은 입장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나름대로 기획자들은 2탄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과연 2탄이 햇빛을 볼지는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 매듭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똑똑한 상품·현명한 소비자의 경제지 - 프로슈머]
지난해 12월 26일 문근영의 변신이 공중파, 케이블 TV,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멋있다. 귀여운 모습도, 섹시한 모습도 모두 예쁘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어린아이가 화장한 것 같다”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For My Life(내 인생을 위해)/내가 그릴래/내 가슴에/나의 미래/나빴던 기억도 하얗게 칠해 가릴래/몸이 아닌 마음으로 입는 멋진 옷/내 손으로 만들어 볼 거야. ‘Change Of My Life(내 인생의 변화).’
지난해 12월 26일. 10여 일간의 티저(중요한 내용을 감춰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뒤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는 방식)광고를 통해 예고된 문근영의 변신이 공중파, 케이블 TV,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저게 진짜 문근영이야?”, “멋있다. 귀여운 모습도, 섹시한 모습도 모두 예쁘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문근영의 이런 모습은 비호감이다. 어린아이가 화장한 것 같다”, “근영아, 국민의 여동생으로 남아주면 안 되겠니”라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KTF의 음악 포털사이트인 ‘도시락’(www.dosirak.com) 광고에서 뮤지컬 가수로 변신한 문근영은 헝클어진 머리에 짙은 립스틱과 진한 마스카라를 칠하고 가슴선을 노출한 채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왔다. 춤도 의자에서 다리를 벌리는 도발적인 자세를 연출하는 등 기존의 어리고 순수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광고의 줄거리는 신입 단원으로 입단한 문근영이 춤과 연기가 미숙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등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공연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선배 대신 주인공으로 나서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얘기다.
이 광고는 이래저래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 여동생인 문근영의 충격적인 변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찬반 논란과 함께 문근영이 부르는 노래의 일부분이 기존 유행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표절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 것.
1년 만에 빛을 본 기획
하지만 광고를 기획한 KTF와 제일기획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상품광고를 프로모션하는 KTF IMC팀 남승현 차장은 “새 광고가 나간 후 도시락 사이트에 접속하는 수가 작년 일 평균치에 비해 35% 이상 늘었다”며 “광고를 내보낸 지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긴 섣부르지만 ‘도시락’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KTF가 문근영과 모델 전속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3월이다. 그 전에도 안성기, 장나라 등 KTF의 대표적인 광고 모델이 있었지만 문근영은 어려운 시기에 제 역할을 해준 ‘효녀’ 모델이다. 지난 2004년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서 가입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한 시기에 문근영은 10대층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인 ‘Bigi(비기)’의 모델로 나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 결과 KTF는 10대들 사이에서 경쟁사의 T서비스보다 한층 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평가다. 하지만 2005년 들어 KTF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음원 시장에 대한 진입이었다. 경쟁사인 SKT의 경우는 반 년 먼저 진입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벅스와 소리바다 등 기존 음원 사이트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맹추격한 데 반해 KTF는 ‘도시락’이라는 사이트를 개장했지만 네티즌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디자인 캠페인’이었다. 2001년 8월부터 고집해온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이란 캠페인만으론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에 공감해 2005년 9월 KTF와 제일기획은 새로운 콘셉트의 광고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했다.
제일기획 김태해 국장은 “고객에게 좀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1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광고주의 새 경영의지를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디자인 캠페인은 고객들이 통신요금, 멤버십, 무선인터넷 등 휴대폰과 관련된 생활 전반을 직접 디자인한다는 게 취지.
문근영의 변신도 이때 기획했다. 제일기획은 KTF의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문근영도 성숙한 이미지의 가수로 변신시키자고 발의한 것. 이번 광고처럼 야한 콘셉트는 아니었지만 문근영의 새로운 모습이 ‘고객이 원하는 모습으로 직접 디자인한다’는 새 캠페인의 의도를 잘 반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새 기획안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쪽은 문근영의 소속사였다. 소속사인 나무액터스는 ‘문근영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황에서 벌써 성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KTF도 처음에는 문근영의 파격 변신 카드를 추진하다가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미 눈에 익은 기존 모델을 투입하는 게 소비자에게 뭔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어색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한 발 물러섰다.
KTF는 문근영 카드 대신 지난해 4월 비교적 무명의 모델을 투입해 ‘디자인에 미치다’라는 카피의 ‘스크래치’ 등 세 개의 광고를 냈다. 스크래치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가죽점퍼의 젊은이가 자신의 빈티지 패션에 어울리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휴대폰을 벽에 긁어 스크래치를 만든다는 줄거리.
“공감대가 낮은 콘셉트를 새롭게 소개할 땐 신인 모델을 써서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문근영 보고 당장 휴대폰을 긁는 광고를 시킬 순 없지 않겠습니까?”(KTF 남승현 차장).
수면 깊숙이 들어갔던 문근영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5개월 뒤인 작년 9월이었다. 문근영이 성인 멜로연기를 한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가 지난해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데다 소속사도 마침 문근영의 이미지를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자연스럽게 바꾸려 하던 차였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도입
제일기획 측도 당초 가수로 음반을 취입하는 형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 기법을 제안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안에 특정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 그 브랜드와 콘텐츠가 동일시될 정도로 강하게 부각시키는 광고 기법이다. 이와 유사한 간접광고(PPL)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에 소도구나 배경 등으로 나와 소극적인 광고 효과를 내는 데 반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 효과를 낸다는 특징이 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배우의 모습과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혁신하는 KTF의 의지를 담으려니 기존 광고 기법으론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노래만 들려주기보다는 스토리와 음악이 적당히 가미된 뮤지컬이 좋은 툴(도구)이라고 결론을 내린 거죠”(제일기획 CS2팀 송상헌 차장). 뮤지컬은 배우와 광고주 모두에게 윈-윈의 선택이었다.
뮤지컬은 모든 배우가 인생에 한 번쯤은 하고 싶어 하는 장르. 배우로선 광고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충분히 문근영의 섹시한 모습을 노출하면서도 극중 설정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해 급작스러운 변신에 대한 반감도 줄일 수 있었다.
KTF 입장에선 사실상 회사의 대표 모델로 활동해 온 문근영에게 걸맞은 역할을 찾아주지 못해 고민하던 상황이었으나 이 광고를 도입함으로써 문제의 해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KTF 측은 “스크래치 등의 광고는 눈길은 끌었지만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긴 부족했다”며 “이웃집 여동생 정도로 여기던 문근영이 이런 식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디자인’이라는 게 실제 생활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광고의 촬영은 11월 중순쯤 시작해 약 15일 만에 끝났다. 이 기간은 6분짜리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것이었다. 이중 문근영이 직접 연기한 것은 5일. 춤을 배우는 데에는 고작 반나절이 걸렸다. 문근영이 안무가에게 ‘거의 천재적’이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로 춤 솜씨를 보이며 일사천리로 촬영을 끝냈다. 광고는 뮤직비디오의 일부분을 편집해 15초부터 60초까지 분량의 네 개의 버전으로 나왔다.
따라서 이 뮤직비디오를 앞으로 광고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인터넷 음악 포털사이트에 올라가 음악 및 뮤직비디오 다운로드 등 유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벨소리, 통화 연결음, 폰배경 음악 등 휴대폰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할 경우 네티즌 사이에서 ‘버즈’(입소문) 효과를 내는 장점도 있다. 특히 문근영의 변신 프로젝트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마케팅 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KTF 남 차장은 “프로젝트 초반이기 때문에 아직 이번 광고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번 이벤트를 한 번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인터넷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표절 논란과 네티즌의 문근영에 대한 안티 움직임이다. KTF 측은 “한 번만 내보내고 말 광고라면 그 내용이 좋든 나쁘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은 입장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나름대로 기획자들은 2탄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과연 2탄이 햇빛을 볼지는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 매듭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똑똑한 상품·현명한 소비자의 경제지 - 프로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