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퇴직자를 잡아라.' 동남아 국가들이 값싼 주택과 의료서비스를 앞세워 수백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은퇴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8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퇴직 후 거주지로 호주 골드코스트나 하와이를 선호했던 일본인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파격적인 비자와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일본 가계 자산의 75%를 소유하고 있는 50세 이상 인구가 은퇴 후 해외거주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일본에선 2차대전 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판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덩어리)세대의 은퇴가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 자료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은퇴 예상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태국에선 현지 부동산개발회사인 LPN디벨로프먼트 등이 방콕 시내 한복판 일본인 주거지역인 '리틀 도쿄'에 퇴직자를 겨냥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LPN 관계자는 "방콕의 아파트 시세는 도쿄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일본 퇴직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 9월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일본 식당과 병원이 가까운 곳의 부동산에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태국의 병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의료 관광'상품을 선보여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병원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은 2015년까지 100만명의 외국인 퇴직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4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스라이프는 일본어 사이트(www.philslife.jp)를 개설해 유기농식품 재배,별자리 관측,닭싸움,볼룸댄스 등을 필리핀에서 즐기라며 은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996년부터 외국인 퇴직자 유치 노력을 본격화했다.

10년짜리 비자를 내주고 연금과 수입차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해 최근 4년 동안 1만명을 유치했다.

베트남도 일본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부 호이안(대규모 휴양지),북부 화빙성(온천관광지),남동부 해안(레포츠단지) 등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본 노인 6명은 이달 도쿄지방법원에 필리핀 세부섬에 택지를 제공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간병인이 딸린 집을 지을 기대에 부풀어 900만엔을 냈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은퇴자를 노린 사기를 경고하고 싶어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용어풀이>

단카이세대=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의 團塊를 말한다.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냈던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소설 '단카이의 세대'(1976년)에서 비롯된 말로 전후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뜻한다.

당시 3년간 매년 약 270만명이 태어났다.

평소의 배 가까운 출생이었다.

이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