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의 신형범 홍보팀장은 용빈(12),유빈(8) 남매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가정 내 교육)으로 키우고 있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경쟁심만을 부추기는 한국의 공교육 체제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아서다.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인 용빈군의 경우 1년 반가량 성당의 지원을 받는 대안 학교에서 기본 교육을 받은 후 홈스쿨링으로 돌아섰다.

학교에 다녔다면 초등학교 1학년일 딸아이는 대안 학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홈스쿨링에 입문시켰다.

신 팀장은 "공교육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여기는 주변의 지인들이 어떻게 자식 교육을 시키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자녀 교육법을 소개했다.

다음은 신 팀장과의 일문일답.

-아이들에게 주로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나.

"인성 교육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집에서 직접 가르친다.

부모가 지도하는 것이 어려운 예체능의 경우 개인 과외를 받고 있다.

외국어의 경우 영국 문화원을 이용한다.

국어 수학 등은 직접 가르치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학부모들끼리 '품앗이'를 한다.

학습지를 이용하는 가정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교육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은데.

"교육 비용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홈스쿨러마다 천차만별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보통의 학생들보다는 확실히 많이 든다.

하지만 1 대 1 논술교육,영어교육과 같은 초고가 사교육을 받는 서울 강남권 학생들과 비교하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자녀들이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만 따지면 4시간 정도다.

나머지 시간에는 보고 싶은 책을 보거나 스스로 공부하도록 시간을 주고 있다."

-홈스쿨링을 하면 자녀의 교우 관계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단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이 친구다.

교회 친구들도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

교우 관계의 폭은 좁지만 질은 더 좋은 것 같다.

학교에 다닐 경우 같은 나이의 또래 친구밖에 사귈 수 없는데 홈스쿨링을 하면 넓은 연령대의 친구들과 교우하게 된다.

친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다."

-아이들의 학습 프로그램을 직접 짜려면 어려움이 많을 텐데.

"홈스쿨링을 하는 세 가족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이들과 공동으로 자녀들에게 체험 학습의 기회를 만들고 읽어야 할 책의 목록도 정한다.

대부분의 홈스쿨러 모임은 이와 같은 '아메바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세미나를 하면 부모들은 학습 프로그램을 짜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논다."

-어떤 사람들이 홈스쿨링을 하나.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부모들은 대개 고학력자이며 직업은 의사 변호사 회사원 등으로 다양하다.

맞벌이할 경우에는 자식을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이 '홑벌이' 가정이다."

-교육 과정이 복잡해지는 중학교 이후에는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지 않겠는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아이들의 의사에 따라 진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중학교에 보낸다 하더라도 초등학교를 나온 또래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홈스쿨링을 하면 대학에 보내기 힘들 수도 있는데.

"자녀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데 대학에 가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녀에게 대학생 못지않은 지식을 쌓게 한 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케 할 계획이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형 교육 시스템을 갖춰 간다고 할 때 앞으로 홈스쿨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 기관이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경우 벌금과 같은 '페널티'가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과태료를 내라고 몇 번 고지서가 나왔지만 이제는 오지 않는다.

페널티와 관련해 크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과태료는 행정 처분이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홈스쿨을 택하는 학부모들의 불편이 없도록 의무 교육과 의무 취학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홈스쿨링을 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가정이 많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조언을 해 주는가.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철학이 없으면 초등학교에 보내라고 조언하고는 한다.

소수자의 길은 힘들다.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보다 수십 배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아이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한다.

맞벌이 가정일 경우 초등학생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가르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