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勉雨 < 세종연구소 지역연구실장 >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에 일본 정부는 환영의 말에 덧붙여,일본의 독자적 제재(制裁)조치나 유엔의 제재조치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재조치의 목표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아니라 핵 폐기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대해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아베 총리나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려할 때 당연한 대응이라고 하겠지만,쌀이나 비료의 지원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언급과 비교할 때 북핵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한국 정부와는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임에도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것일까.

일본의 강경 입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연유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매우 강한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에 유포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했을 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위기로 느낀다는 의견이 90%를 상회했다. 이는 평소 핵에 대해 일본국민이 지니고 있는 거부감과 더불어,납치문제 등으로 해서 생겨난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하겠다.

둘째는 북핵에 대한 강경입장이 아베 총리는 물론이고 정치권에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오자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의 공동성명에 따라 핵개발을 모두 폐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을) 지킬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동안에는 결정된 것은 신중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소 외상 역시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재개돼서 좋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핵병기나 기존의 핵개발계획 폐기 실현을 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기타가와 공명당 간사장도 나카가와 자민당 간사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 즉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앞으로 북한의 동향을 진중(鎭重)히 검토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러한 입장은 유엔의 각국 대사들이 유지한 것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중국측 외교통은 "제재결의는 전원일치로 채택되고,명기된 내용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안보리뿐이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셋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대북제재와 같은 강경한 조치에 기인한 것처럼 북핵의 폐기라는 최종적 목표를 위해서는 제재조치가 유효한 수단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재조치의 최종적 목표를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아닌,북핵의 폐기에 두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유엔결의는 북한의 핵폐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함과 더불어,미사일 발사와 납치자 문제까지도 제재조치 완화의 요건들로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는 위에서 언급한 여론이나 국제사회의 지지가 한몫하는 것은 물론,아베 총리의 강력한 국가우선적 사고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판단이 북핵의 폐기를 최종적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서,이는 단순히 북한에 대한 압박뿐만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도 계산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북핵의 인정은 동아시아에서 핵 도미노현상을 가져올 수 있는데,이에 대해서는 특히 중국이 매우 우려하는 것이기에 북핵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가져올 수 있는 기제(機制)로서 판단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국측 외교관계자의 제재유지 발언이 이러한 측면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나아가 북한이 일본의 6자회담 참가를 비판적으로 발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한국과 일본은 북핵에 대해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동일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포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단적 견해의 차이는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고,어느 쪽의 판단이 현재로서 전적으로 옳은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 확산된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위기의식이 한국에서는 부족하다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된다는 것은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어떤 위상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의 결여에서 비롯된다는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