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피습 사건이 정치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범행 동기 및 배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의자 지모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21일 "교도소에서 장기 복역한 데 대한 억울함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적 테러이며 조직적 계획적 범행"이라고 규정하고 배후 세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전말=박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지원을 위해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도착한 시간은 20일 오후 7시25분께.

박 대표가 지지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오르려는 순간 청중 속에서 지씨가 갑자기 나타났다.

지씨는 박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 하다 손에 들고 있던 15㎝ 길이의 문구용 커터칼로 박 대표의 오른쪽 뺨을 그었다.

이어 박모씨와 또 다른 한 명이 합세해 박 대표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당직자와 경호원들이 지씨와 박씨를 붙잡았으나 나머지 한 명은 그대로 달아났다고 한나라당 관계자는 전했다.

목격자들은 "이들이 '박근혜 죽여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서울경찰청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씨의 범행 동기는 교도소에서 장기 복역한 데 대한 억울함과 사회적 불만 때문.지씨는 전과 8범으로 14년4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한 적이 있다.

지씨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5년 가까이 실형을 살았고 관계기관에 진정을 해도 도움을 받지 못해 억울한 마음에 혼자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정치적 이유가 있는 조직적 범행보다는 '단독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발언이다.

그러나 개인에 의한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적'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세 일정을 사전에 파악했고,범행 대상이 야당의 대표이며 지난해에도 사학법 투쟁에 나선 한나라당 K의원을 폭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지씨와 함께 붙잡힌 박모씨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부터 열린우리당에 매달 2000원씩 후원금을 내온 기간당원으로 드러났다.

○"조직적 계획적"=당장 한나라당은 경찰의수사 발표를 수긍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축소,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씨 단독이 아닌 조직적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죽여라'는 발언이 조직적 범행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이택순 경찰청장이 "(범인들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이후 경찰이 지씨는 음주사실이 없고 박씨만 술을 먹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재오 원내대표는 "술취한 사람의 우발범행으로 만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유정복 비서실장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