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50)는 오래전부터 걸을 때마다 종아리가 땡기고 통증이 심했다. 가만히 멈춰서 있을 때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나타났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산은 아예 엄두를 내지못할 만큼 악화됐다. 근육통이나 관절염 정도로 생각하고 물리치료 등 각종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더 심해졌다. 결국 통증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다리 혈관의 동맥 경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이씨의 사례처럼 걸을 때마다 종아리가 당기고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반복되면서 다리를 절거나 걸음을 멈추는 경우가 있을 때는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증을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근육통으로 잘못 알아

분당 서울대병원 심장센터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221명에게 혈관 검사를 시행한 결과,대략 50% 정도인 109명에게서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다리 혈관의 동맥 경화로 진단받은 환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다리통증이 동맥경화로 인한 것인지를 모른 채 관절염이나 근육통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나 통증치료를 장기적으로 받는 경우가 흔했다. 종종 뜸을 뜨거나 침을 맞기도 했다.

이 같은 증상은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하지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면서 혈류공급이 줄어들어 나타나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걷는 거리에 따라 장딴지의 통증 경련 피로도 뚜렷하게 늘게 된다. 운동 중에만 간헐적으로 다리 통증이 나타나다가 잠시 멈춰서게 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이 더 진행되면 쉴 때도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나고 감각 이상도 동반된다. 다리 통증은 동맥경화가 아닌 신경학적 요인으로도 생긴다. 다리에 동맥경화가 있으면 심장의 관상동맥질환 가능성도 높으므로 함께 검사해야 한다.

○흡연,당뇨병 있으면 반드시 혈관 검사를

다리혈관이 의심되면 혈관 검사나 초음파,CT 등으로 혈관의 병변 부위를 고통없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맥 경화가 심하지 않을 때는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막힌 혈관에 스텐트(인공조형관)를 삽입하는 시술을 한다. 상태가 매우 심각하면 수술을 통해 혈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혈관재건술'을 시행하게 된다.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쉽지만 시기를 놓쳐 증상이 매우 심해 다리가 썩을 경우에는 절단해야 한다.

50대 이상에서 흡연력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다면 혈관검사를 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정우영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센터 교수는 "동맥경화는 전신질환으로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흡연,비만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걸을 때 반복되는 장딴지 통증을 느끼면 반드시 혈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