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혼혈인 협회장 "주위 혼혈인에 먼저 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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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만 훌륭한 게 아닙니다.
온갖 차별과 냉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모든 혼혈인들과 그들을 길러낸 어머니들의 아픔과 노력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박근식 한국혼혈인협회 회장(55·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인스 워드 열풍이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냄비 기질'에 대해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 회장은 "같은 혼혈인인 김동광씨가 국가대표 농구선수로 뛸 때나 인순이씨(본명 김인순)가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국민들이 하인스 워드에 대해 하는 것만큼 성원해 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어린 시절 남들과 구별되는 외모로 인해 친구들에게서 놀림을 받고 싸운적이 많았고 이때마다 어머니는 친구부모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사과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주한 미군 군속으로 4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그는 1978년 자신보다 어린 혼혈인 5~6명을 데리고 충북 괴산에서 퇴직금으로 농장을 차렸고 한때 50명가량의 혼혈인들과 같이 일을 한 적도 있다.
6·25 직후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을 중심으로 한국혼혈인협회를 조직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하인즈 워드의 성공으로 혼혈인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특정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불붙었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세태에 대해 박 회장은 아쉬움을 피력했다.
박 회장은 지난 6일 하인스 워드가 미국 프로풋볼리그 슈퍼볼에서 우승과 동시에 MVP를 거머쥔 직후 휴대폰으로만 하루 60통가량의 전화를 받았다.
그 중 대부분은 각종 언론매체의 인터뷰와 출연 요청이었다.
그는 "내가 나온 방송을 본 사람들 중에는 '요즘 세상에 혼혈인이라고 차별받는 게 어디 있느냐'며 '괘씸하다'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혼혈인이 제도적인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과 차가운 시선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