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 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 지난주 우리나라는 부산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연례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역내 21개국 정상들과 5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역사상 최대 외교행사였다. 특히 APEC 최고경영자(CEO)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역내 우선 투자 대상국임을 역설했고,2012년까지 외국인 투자비율을 국내총생산의 14%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국제사회가 투명해지려는 다각적인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CEO 정상회의에 참석한 400여명의 CEO들이 스스로 부패와의 전쟁을 약속한 '반부패 선언문'이다. 경영자들은 이 선언문에서 부패가 경제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적하고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경영에 나서기로 다짐했다. 또 세계적으로 경영환경 개선 및 경제발전 장려를 위해 반부패 규정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는 데 동의했다. 반부패 선언식 행사는 올 3월 정부 공공부문 재계 시민단체 등이 투명사회실천협약식에 서명하고 이후 범국민적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전개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부패 공무원과 부패 자금에 대한 도피처 제공을 금지하고,부패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경험을 공유키로 한 점이다. 이 같은 논의와 합의 도출은 부패 방지를 전담하는 국가청렴위원회(KICAC)가 의장국 반부패정책 주무기관 자격으로 올 9월 서울에서 개최한 'APEC반부패심포지엄'에서 채택한 건의문에 기초한 것으로 정상회의 핵심 의제로 반영됐다. 한국 정부가 부단히 추진하는 일련의 반부패 정책과 투명성 제고 노력이 APEC 회원국은 물론 지구촌에도 크게 메아리친 셈이다. 부산회의는 그러나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지적받는 기회도 되었다. 경영자들은 한국에 자본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많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업체인 퀄컴의 폴 제이콥스 CEO는 한국 투자의 실망요인으로 정부와 시민단체의 과잉간섭을 들었다. 또 송도신도시에 투자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의 존 하인즈 사장은 정부의 송도개발정책 의지 부족을 들었고,씨티그룹의 윌리엄 로즈 수석 부회장은 노동관계를 꼬집었다. 이런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늘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 99년 155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대체로 하강 추세다. 정책 결정자들은 각종 규제를 해결하려는 좀 더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하겠다. 부패 유발요인을 안고 있는 독소들을 중단 없이 찾아내 고쳐야 한다. 노동문화의 개혁과 일관된 정책 유지도 투자유치 활성화의 관건이다. 기업 환경의 투명성을 높이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국제 수준의 투자환경을 구축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