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신용카드] '미운오리' 신용카드 다시 높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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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용카드의 시대가 올 것인가.'
지난 2003년 유동성 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변했던 신용카드 업계의 부활 날갯짓이 힘차다.
롯데,현대,신한카드 등 후발카드사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견조한 흑자기조를 보이기 시작한데 이어,국내 최대의 전업계 카드사인 LG카드는 올 상반기에 7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던 삼성카드 역시 상반기에 월별 흑자를 내기 시작,한 달에 200억∼300억원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최근까지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카드사업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효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견조한 흑자기조에 접어든 전업계 카드사
국내 최대의 전업계 카드사인 LG카드는 올 한해 77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 한해 1조40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LG카드가 드라이브를 걸면서 순이익 규모가 매우 크게 나온 측면도 있지만,LG카드라는 회사는 매각 이후에도 연간 5000억∼1조원의 흑자를 꾸준히 내줄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전업계 카드사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순이익을 내지 못했던 삼성카드 역시 지난 4월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2·4분기 중에만 530억∼5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다만 삼성의 경우 지난 1·4분기에 있었던 대규모 증자에 이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누적으로는 1조4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롯데,현대,신한카드 등 후발카드 3개사의 실적은 이제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카드는 상반기에 70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작년 한해 순이익(503억원)을 넘어섰다.
신한카드도 올 상반기에 27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직전 반기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카드도 올 상반기에 1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은행에서도 효자취급
은행 카드사업 부문 역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곳은 외환은행이다.
지난 해 상반기에 3427억원의 적자를 냈던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은 올 상반기 154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상반기 중 외환은행 전체가 올린 순이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체크카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벌이며 카드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농협중앙회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3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하반기들어 신용카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1일 "하반기 총력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경쟁사들을 긴장시켰다.
국민은행은 신규 회원의 실적화를 유도하기 위해 현금 1억원 등을 내걸고 '대박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리볼빙서비스를 현금서비스 부문에도 확대해 시행하기 시작했다.
리볼빙서비스는 회원이 한도범위 내에서 카드결제를 한 이후 결제일이 돌아오면 최저 청구금액 이상만 결제하고 잔액 상환을 다음 달 이후로 연기할 수 있는 제도다.
외환은행은 연말까지 매회 300여명의 우량고객을 초청,영화상영회를 여는 등 우량고객 모으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카드사들,공격마케팅으로 전환
카드사들은 영업환경이 '안정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반기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우선 신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씨카드는 최근 여성고객들을 겨냥한 '프리마돈나카드'를 선보인데 이어 조만간 연회비 100만원짜리 최고급 플래티늄 카드인 '인피니트'(Infinite)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50대 이상 장년층을 겨냥한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등 신상품 개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카드의 경우 업체별로 따로따로 운영되던 멤버십 카드를 한장으로 묶은 'CGV 마니아 LG카드'를 지난 4일부터 발급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백화점 카드 회원을 신용카드 회원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에 주력하느라 신상품 출시를 자제해왔던 롯데카드도 하반기들어 교통카드,플래티늄 카드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달부터 교통카드 발급에 들어간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롯데 플래티늄카드 샤롯데'를 내놨다.
저렴한 연회비로 상류층 고객을 겨냥한 다양한 플래티늄 서비스를 담은 게 특징이다.
카드사들은 또 크게 개선된 자선 건전성에 힘입어 현금서비스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등 소액 신용대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최우량 고객군에 대한 현금서비스 최저 기본금리를 종전 연 12%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연 8.9%로 대폭 낮췄다.
지난달 롯데카드가 최우량고객군인 다이아몬드군에 대해 현금서비스 최저 기본금리를 종전 연 11.9%에서 연 9.9%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전업계 카드사 우량고객은 연 10%에 못미치는 이자만 내고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카드와 LG카드가 현금서비스 최저 기본금리를 각각 연 9.9%를 적용하고 있고 신한카드는 연 9.84%를 책정해놓고 있다.
◆'출혈'위험은 없나
마케팅 공세가 거세지면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카드사들은 "기우일 뿐"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때 70%까지 치솟았던 신용판매 대비 신용대출 판매비율이 꾸준히 낮아져 지금은 모든 카드사들이 50% 이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부실은 생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만5246명이던 대출모집인이 올해 9월 2만1494명으로 급증하고,'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이 높은 복수(4장 이상) 카드소지자가 지난 7월 535만여명에서 8월 562만여명으로 느는 등 과열경쟁 징후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도한 무이자할부 서비스 등 출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신용카드 이벤트 등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2003년 수준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