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왕산 호연지기 세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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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 이름 가운데 '임금 왕'(王)자가 들어가는 곳은 흔치 않다. 하늘 같은 임금을 칭하는 글자를 쓰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여 '왕'자를 쓴다 해도 '임금 왕' 대신에 '성할 왕'(旺)자를 사용하곤 했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에는 임금 왕(王)자를 사용하는 산이 있다.
가야국의 역사가 깃들여 있는 왕산이다. 이곳에는 가야국의 마지막 왕이자 김유신의 증조부인 구형왕(또는 양왕)의 피라미드형 돌무덤이 있다.
왕릉으로서는 국내 유일한 돌무덤이다.
이 왕릉에는 새들도 배설물을 흘리지 않고 뱀들도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왕산 오르는 길은 이 구형왕릉에서 시작된다. 등산로는 구형왕릉 입구에서 류의태 약수터로 이어진다. 서기 1516년 산청군 신안면에서 출생했다는 명의 류의태가 약을 달이는 물을 길었던 곳이다.
이곳에선 한천수가 나온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한천수는 36가지로 분류되는 물의 종류 중에서 최상급으로 꼽힌다.
약수터 주변에는 위장병에 좋다는 소태나무, 잎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햇잎나무, 찧어서 바르면 종기를 낳게 한다는 누름나무, 뿌리가 정력제로 좋은 삽추 등 각종 수목들이 발견된다.
류의태 약수터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2.4㎞로 길은 소나무 숲 가운데로 이어진다.
수줍은 듯 노랗게 꽃을 피운 산동백과 길을 따라 늘어선 환한 진달래꽃을 벗삼아 길을 오르노라면 정상을 조금 못미쳐 널찍한 평지가 나온다. 안성맞춤이랄까? 쉬어가기 좋은 평지에 샘물까지 있다.
평전샘이라고 불리는 이 샘물 인근에선 옛 기와의 잔해가 발견돼 신라시대에 이곳에 훈련소가 있었다는 전설에 신빙성을 더한다.
평전샘에서 정상까지의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사색을 하며 걷기에 적당하다. 기묘하게 몸을 틀며 자란 소나무를 지나 15분 정도 더 걸었을까, 어느덧 해발 9백23m의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왕산을 돌아가는 경호강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천왕봉과 필봉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뽀얀 솜털을 피운 버들개지와 정상을 지키듯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는 역사를 되새기며 걷는 왕산 등정에 마지막 운치를 더한다.
산청=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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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산청IC에서 내리면 된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산청이나 원지, 생초행 버스가 1시간∼1시간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오덕원(055-972-9366)에서 순수 재래식으로 담근 장맛을 볼 수 있다.
김애자 원장이 8년간 전국을 찾아다니며 배운 비법을 적용해 지리산 자락에서 청국장, 고추장, 간장, 장아찌 등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밥을 해주기도 한다. 단성면 길리에는 지리산참숯굴(055-974-0117)이라는 찜질방이 있다. 금방 숯을 구워낸 황토굴에 들어가 땀을 내는 전통방식을 이용한다.
땀 흘린 뒤 참숯에 구워 먹는 지리산 흑돼지(1인분 4천원)도 별미다.
남사리 예담촌(yedam.go2vil.org)에서는 고가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6집이 민박을 운영하고 있으며 숙박료는 1인당 1만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