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는 국민에게 그다지 친숙한 공기업이 아니라는 평가를 과거에 받아왔다. 저수지나 하천 등 농업기반 시설의 유지·관리,농지 개량,농어촌 정비 등 농업이나 농민에게만 특화된 사업을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올 하반기부터 농지은행 업무를 농업기반공사가 취급함에 따라 도시민들도 농업기반공사를 드나들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농지은행이란 오는 7월부터 도시민 등이 농지를 매입해 농업기반공사에 맡기면 이를 전업농 등에게 임대해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농업기반공사는 5년 전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기관이 통합돼 탄생했다. 안종운 사장은 "이제 변신해야 할 때가 됐다"며 "2005년을 제2의 창사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우선 핵심사업을 생산기반 정비에서 농촌 종합개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농업기반공사가 담당하는 지역이 지금까지는 전 국토 9백96만ha 중 논밭에 해당하는 1백85만ha(19%)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농촌마을을 포함한 8백50만ha(85%)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농업기반공사는 농어촌 환경개선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도·농간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짜놓았다. 신규사업인 농지은행 업무를 통해 농지가격 안정과 농업 구조개선도 지원하기로 했다. 독거노인이나 고령농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등 생활편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실버농장 등 복지공간도 조성할 방침이다. 이미 확보한 저수지 및 인근 토지를 활용해 펜션 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이 같은 변화를 회사 이름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빠르면 올 상반기 중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농업기반공사가 변신을 서두르는 것은 자기 혁신의 필요성을 어느 조직보다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인사 사업구조 경영시스템 등 업무 전반에 대한 자가 진단과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마련한 '기능혁신 및 조직개편안'에 따라 회사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혁신을 단행,부·과제를 과감히 폐지했고 팀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또 이사와 1급직 간부도 줄여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성했다. 특히 본사인력의 23%에 해당하는 2백6명을 지방으로 전환배치한 것과 관리직이 아닌 사업관장 이사를 선임이사로 내세워 부사장을 겸임토록 한 것 등의 조치는 다른 공기업에서 벤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엔 '6시그마경영'등의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했으며,반부패대책추진기획단과 제도개선추진실무작업단을 운영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사장은 "공사도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시대변화에 따른 적극적 변신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펴면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의 제2창립을 위한 혁신이 농업인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키고,도시민 등 전 국민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갈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