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자산 운용은 안정성이 첫번째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채권 91%,주식 8% 등으로 돼있는 자산 비중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국내 최대의 '큰손'인 국민연금 조국준 기금운용본부장(50)은 24일 "아버지의 퇴직금을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1백28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본부장은 증권업계에서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면 국민연금의 주식 매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데 대해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은 별로 없다"면서 "오히려 주식시장 순투입자금이 올해 2조8천억원에서 내년엔 1조4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주식 매수금액 자체는 외부에 운용을 맡겼다 만기가 돼 재투자하는 자금 3조3천억원을 포함,4조7천억원으로 올해(3조5천억원)보다 늘어나지만 직접투자는 올해의 절반인 5천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식에 투자토록 한 것은 '한국의 증시를 사라고 한 것'과 같다"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일시적인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강조했다.
-올해 국내 기관투자가 중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였는데.
"매달 2천3백억원 안팎씩 꾸준히 매수했다.
고배당주와 내재가치 우량주 중에서 변동성이 크지 않은 80개 종목이 투자 대상이다.
10개 이내의 코스닥 종목도 포함돼 있다.
인터넷에 10대 투자 종목과 비중까지 공개하고 있다."
-최근 우량주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정리를 했는가.
"미세조정하는 정도다.
통상 지배구조가 악화되거나 업종평균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면 특별히 관리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팔지는 않는다.
지난해 봄 1만3천원대에 샀던 SK㈜는 SK글로벌사태로 6천원까지 떨어졌지만 계속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 종목을 통해서만 2천억∼3천억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올해 운용 실적은.
"지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대형 우량주들이 중견주들보다 덜 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자산운용 전략은.
"직접투자는 우량주지수인 KOSPI200의 흐름을 따라가는 소극적 투자 비중을 늘리고 간접투자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도록 하겠다.
현재 직접투자 비중이 55%로 간접운용보다 많지만 내년에는 간접투자를 더 늘려 균형이 되도록 할 것이다."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명백하게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외에는 기업 의사를 존중하고 신중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SK사태 때는 소버린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사회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장기적인 이익을 감안한 것이었다."
-채권투자 비중이 제일 높은데.
"자산 중 채권이 91%,주식이 8%,나머지가 1% 수준이다.
안정성이 최우선이므로 이같은 추세를 유지할 것이다.
채권은 대부분 AA급 이상 우량 종목에 투자한다.
절반 이상이 국공채다."
-해외투자는 늘릴 생각인가.
"국내성장률 둔화와 향후 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대폭 늘려야 한다.
오는 2025년에는 기금 규모(누적 순자산)가 국내총생산(GDP)의 48%에 이르게 된다.
또 2035년부터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데 국내시장에서는 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다.
시장 규모와 노령화 속도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보다는 네덜란드의 공무원·교원연금인 ABP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본다.
ABP는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글=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