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극심하다.


택시 운전사 식당 주인 중소기업인 등 모두 불황으로 못 살겠다면서 아우성이다.


IMF환란 당시보다 더 심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불황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기업이나 제품도 있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독특한 컨셉의 제품으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오히려 일약 국민기업으로 떠 오른 사례가 수두룩하다.


불황에 관계없이 성장가도를 이어가는 기업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핵심사업에 충실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고객밀착경영을 체질화 <>끊임없는 혁신 등을 불황 극복 기업의 공통점으로 제시했다.



1. 핵심사업에 충실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기업은 요즘 불황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특히 시장 지배력이 높은 생활용품 업체들은 오히려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라면시장 1위의 농심이 대표적이다.


'신라면'으로 국내 라면시장의 70.9%(작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은 경쟁력 있는 핵심 제품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은 뒤 생수 즉석밥 등 새 시장을 공략,꾸준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사무용 광학기기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신도리코도 마찬가지다.


벤처 열풍이 거셌던 지난 99년과 2000년에 2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벤처 쪽에 한 눈을 팔지 않고 복사기 레이저프린터 등 핵심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입했다.


이 같은 핵심 역량 강화로 현재는 사업 초기에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 리코사에 복사기를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해외에도 사례가 많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는 핵심 사업인 자동차에 집중,장기 불황의 늪을 헤쳐 나온 반면 미국의 포드는 사업구조를 다변화해 본업인 자동차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 유수 경영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성공한 기업의 74%가 단 하나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17%가 2개의 사업에,10% 미만이 3개 이상의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고 분석했다.


2. 시장변화에 발빠른 대응


치밀한 시장조사로 대히트 상품을 출시하는 점도 고성장 기업의 특징.태평양은 고가 기능성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화장품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헤라' '설화수' 등 고급 기능성 브랜드를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출시해 선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자 미샤는 저가 화장품으로 화장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생활용품 업계,주류 업계 등 내수재 생산업계에서 이러한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도 불황기 스타 기업들이 적지 않다.


유니크로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이 대표적이다.


90년대 중반 일본 소비자들은 불황 탓에 지갑을 잘 열지 않았다.


유니크로는 옷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 의류시장에 파격적인 가격의 1천9백엔짜리 후리스 재킷을 출시,99년 8백50만장,2000년 1천2백만장이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생산공장은 중국,판매는 일본으로 이원화하면서 생산 판매 일관 체제를 구축했고,'다품종 소량생산' 체제 대신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고수해 원가와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이 회사는 가격 파괴로 설립 30여년 만에 의류시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 고객 밀착 경영


할인점 시장 1위인 신세계 이마트는 철저하게 고객 위주의 경영을 추구한다.


고객의 성향을 세밀하게 관찰해 할인점에 한국형 쇼핑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초창기 창고형 매장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품 진열대를 한국인의 평균 키높이로 낮추고 쇼핑카트도 한국인 몸집에 맞게 조정했다.


또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신선식품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매장 인테리어도 백화점 수준으로 고급화했다.


할인점이 백화점처럼 매장을 고급화하는 것은 원론적인 의미에서는 낭비에 속한다.


할인점의 원조인 미국 유럽 유통업체들의 경우 할인점은 넓은 공간에 소박한 건물을 세우고 매대에 물건을 잔뜩 쌓아 놓는 것으로 그친다.


문화센터나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은 할인점 영역 밖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국내 소비자들이 백화점 매장구조에 익숙한 점을 들어 '한국형 할인점'을 개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객 밀착 경영을 내세우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기업은 많지 않다.


고객 밀착 경영을 하려면 직원부터 고객 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고성장 기업들은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쓴다.


신도리코는 생산직 사무직 직원간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작업복을 착용토록 했고 충남 아산공장 부지의 70%를 노래방 도서실 노천극장 등 사원 복지공간으로 꾸몄다.


4. 혁신 또 혁신


경제학자 슘페터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기업가의 혁신이라고 강조한다.


영원할 것으로 여겨지던 기업도 현실에 안주하다가 쇠락의 길을 걷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많은 사례가 웅변한다.


농심은 라면시장을 평정한 주역이다.


그럼에도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에는 전 공정을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생산성을 배가시켰다.


1인당 라면 생산량이 기존 라인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원가도 종전보다 70%가량 절감됐다.


김종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불황기에 인력과 경비를 줄이고 호황기에 다시 늘리는 것은 2류 기업들이나 취하는 전략"이라며 "불황을 맞아 무작정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서면 자칫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만큼 불황기에 역으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