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부패와 한국경제 그리고 증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뇌물과 부패문제가 경제성장과 증시발전에 또다시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뇌물과 부정부패 사건이 연일 터지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한국투자의 장애요인으로까지 지목하고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뇌물과 부패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규제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rent)가 발생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되는 소위 "지대추구형 사회 (rent oriented society)"가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 몇 년간 전세계적으로 뇌물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없이 이 문제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되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뇌물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게재돼 있다.
실제로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CPI)와 뇌물 공여지수(BPI)를 보면 우리나라는 두 지수 모두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레이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 △관료의 질 △공공부문의 임금수준 △정당의 자금조달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사건도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증시발전 과정에서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경제와 증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발전에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무게를 더 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접어들 때까지도 뇌물과 부패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성장이 멈추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과거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들이 경험했던 일이다.
우리도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진입한 당해 연도에 외환위기를 맞은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중장기적으로 부자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시스템을 꼽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소득이 다시 1만 달러에 진입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뇌물과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꼽을 만큼 중시하고 있으나 이번 정부들어서도 이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현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루돼 있어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한풀이성' 소비에 나서는 것같은 위기일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점이다.
결국 우리 경제와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뇌물과 부패고리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최소한 네가지 조치는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우선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직하고 뚜렷한 공약이 있어야 하고 어떤 뇌물과 부패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각종 규제와 조세혜택과 같은 정책들을 축소하는 동시에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해 뇌물과 부패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공급측면에서도 공무원의 임금을 인상하고 통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갈수록 문제가 되는 정당의 정치자금 조달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뇌물과 부패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