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의 태풍 대비
허리케인 '이사벨'이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강타하기 사흘 전인 15일 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 아파트 단지에 전단이 배달됐다.
관리인이 보낸 이 전단은 허리케인 상륙에 대비해 베란다에 내놓은 모든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놓으라는 요구였다.
마이애미에 있는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발표한 이사벨의 이동 경로를 보면 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지역이었다.
관리인은 한 발 더 나아가 쓰레기장에 버린 소파의 주인을 찾는다며 이집 저집을 두드렸다.
"쓰레기 차를기다릴 수 없어요.강풍에 날리면 큰 일이잖아요"
언론들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이사벨의 상륙시점과 장소,이동경로및 예상되는 피해를 경고해서인지,아니면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작은 아파트 단지의 관리인 마저 치밀하게 대비했다.
이사벨은 강도가 가장 센 5단계로 예보됐다가 노스캐롤라이나에 상륙하기 이틀 전 2단계로 낮아졌다.
시속 2백킬로미터가 넘는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매미'의 잔혹함에는 못미쳤지만 영향권은 훨씬 넓었다.
동네 쇼핑센터는 플래시와 건전지를 대량으로 들여다 놨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처음으로 닷새간의 이동 경로를 예보,연방정부및 주정부와 주민들의 대비를 도와줬다.
지금까지는 사흘 예보가 고작이었다.
그 이상의 경로를 예측하는 것은 오차가 너무 커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이사벨 부터 사흘 예보 수준의 오차 범위안에서 닷새간의 이동경로를 예측해낼 정도로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같은 정확한 예보를 바탕으로 연방정부는 허리케인 하루 전 부터 공무원들의 출근을 막고 문을 닫아 버렸다.
공립학교도 휴교에 들어갔다.
일부 주민들이 소개령에도 불구하고 집을 지켰지만 전반적으론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사벨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사벨이 상륙한지 11시간이 지난 18일 자정(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는 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순식간에 1백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태풍 매미에 한국 정부와 주민들은 어떻게 대비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