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50) 탄생 1백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이튼 스쿨을 졸업하고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로 일하다 제국주의에 회의를 품고 돌아와 접시닦이 막노동꾼을 거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36년 스페인내전에 참가한 뒤 전체주의를 혐오,45년 '동물농장'에 이어 48년 '1984년'을 발표했다. '1984년'은 개개인의 행동은 물론 언어와 사고까지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윈스턴의 일거수일투족은 텔레스크린에 의해 감시되고 성 본능마저 억압된다. 곳곳에 걸린 '빅 브라더가 보고 있다'는 포스터는 모든 사람을 두려움과 의심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다. 1984년에서 19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떤가. 미국에선 연방정부가 9·11사태 이후 테러방지라는 명분 아래 빅 브라더 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국방부의 통합정보인식(TIA)시스템과 경찰의 사이버안보 강화방안(CSEA)이 통합되면 신용카드 사용내역,진료 기록, 은행 거래,이메일 내용까지 샅샅이 관찰돼 사실상 개인의 사생활이 국가 통제 아래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감시가 아니라도 신용카드 휴대폰 인터넷 등 첨단 기술문명에 의해 개인의 일상은 거의 낱낱이 드러난다. 스팸메일은 그렇다 치고 휴대폰에 찍히는 '화장품 VIP고객 초대,25분 한정'이라는 메시지는 신용카드로 인해 특정백화점에 개인의 신상과 구매 행태가 고스란히 공개돼 있음을 보여준다. 어디에 살고,화장품은 뭘 사용하고,1회 구매액은 얼마인지까지. 또 휴대폰의 지리정보시스템은 누가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사이버 안보가 강화되면 누구와 어떻게 메일을 주고받는지까지 밝혀질지 모른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엔 이런 일들이 더 쉬워지리라 한다. 빅 브라더가 따로 없는 셈이다. 오웰의 빅 브라더는 전체주의의 망령이지만 오늘날의 빅 브라더는 자유주의 국가의 안전과 질서라는 이름 아래 혹은 편리함의 대가로 만들어지는 덫이다. 어느 것이건 두렵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