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2:47
수정2006.04.02 12:50
미래수익의 크기와 위험의 정도가 동일한 두 투자자산이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될 때 과대 평가된 자산을 공매하고 과소 평가된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자체자금과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전략을 "차익거래"라 한다.
공매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산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서 팔고 일정기간 후에 빌린 자산을 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차익거래의 예를 들어보자.
1년후 A 증권과 B 증권의 가치가 모두 1만원이며 현재가격은 A 증권이 9천원,B 증권이 8천원일 경우 A 증권을 1년 동안 공매하고 B 증권을 매입하여 보자.
A 증권을 공매한 대금 9천원 중에서 B 증권을 매입하는데 8천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1천원이 주머니에 남게 된다.
그리고 1년 뒤 B 증권을 매도해 1만원을 마련하고 A 증권을 매입해 공매로부터 발생한 부채를 청산하고 나면 거래가 종결된다.
결국 현 시점에 유입된 1천원이 주머니에 남게 되는데 이같은 공짜이익을 "차익"이라 한다.
차익거래는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거래의 규모를 증가시키면 이익의 규모도 무한하게 크게 만들 수 있어 차익기회를 "머니펌프(money pump)"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장이 매우 경쟁적이고 효율적이어서 많은 투자자들이 기회가 오면 즉시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자.
과대 평가된 자산은 공급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과소 평가된 자산은 수요증가로 가격이 상승해 차익거래의 기회는 오래 지속되지 않게 된다.
결국 미래수익이 같은 두 자산(또는 투자전략)이 동일한 가격에 거래될 때 시장은 균형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같은 원리를 "무차익 원리" 혹은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이라 한다.
이 간단한 원리가 다수의 주요 경제이론을 탄생시켰다.
선물가격 결정모형이 하나의 예이다.
"선물(futures)"이란 특정자산(기초자산)을 미래의 특정시점(만기)에 특정가격(선물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것을 현 시점에서 약정하는 계약이다.
선물거래의 두 당사자인 매입자와 매도자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거래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거래시점에서 계약자체에 대한 대가를 치룰 필요는 없다.
예컨데 한 보석상이 금 1온스를 3개월 후에 4백달러에 매입하기로 하는 선물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자.
이 경우 4백달러가 선물가격이 된다.
3개월 후 금값이 4백10달러가 된다면 보석상은 4백10달러 짜리 물건을 4백달러에 살 수 있으므로 10달러의 이익을 보게 된다.
반면 미래의 금값이 3백80달러가 된다면 3백80달러 짜리 물건을 4백달러에 사 주어야 하므로 20달러의 손실을 입게 된다.
어떤 경우든 보석상은 금을 매입해야 하고 계약 상대방인 선물매도자는 금을 매도해야 한다.
그러나 선물계약 시점에서 보석상이 선물매도자에게,또는 선물매도자가 보석상에게 치뤄야 할 비용은 0이다.
선물거래 후 만기까지 계약을 보유할 경우 만기시점에서 발생하는 수익 또는 손익은 다음과 같다.
"매입자의 수익=만기일의 현물가격-선물계약시의 선물가격","매도자의 수익=선물계약시의 선물가격-만기일의 현물가격"
선물매입자가 이익을 보게 되면 선물매도자는 그 만큼 손실을 입게 되고 선물매도자가 이익을 보게 되면 선물매입자는 그만큼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매입자와 매도자의 손익을 더하면 항상 0이 돼 선물거래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된다.
이러한 선물거래에서 선물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자.
거래비용,세금,배당 등이 없는 완전시장에서 다음의 두 전략을 고려하자.
전략 A는 "선물계약 1단위 매입"이고 전략 B는 "차입+현물 1단위 매입"이다.
두 경우 모두 투자자가 선물만기에서 현물 1단위를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전략 A와 B는 미래수익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무차익원리에 의하면 두 전략의 미래수익이 같다면 비용도 같아야 한다.
전략 A의 비용은 선물만기 시점에 지불하는 현재의 선물가격이며 전략 B의 비용은 현 시점에서 현물을 매입하기 위해 차입한 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이다.
따라서 선물만기까지의 기간을 T,현물가격을 S,선물가격을 F,이자율을 r이라 하면 "F = S(1+r)T"의 관계식이 성립된다.
이를 "현물-선물 등가식"이라 부르며 선물가격결정의 기본식이 된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 만기일에 주식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선물 만기일에 매수차익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현물을 매도해야 하는데 주가지수선물을 이용한 매수차익거래의 잔량이 많은 경우 주식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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