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채무상환불능(디폴트) 위기에 직면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또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테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터라 국제금융불안이 몰고올 악영향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신흥시장으로부터 투자자본을 적극적으로 회수해 갈 경우 우리 경제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칠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아르헨티나 외채위기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 82년과 95년,그리고 98∼99년 등 여러차례 국가부도 위기를 되풀이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계속 외채상환불능 가능성이 예견돼왔다. 이처럼 뿌리 깊은 경제난의 근본원인은 정치불안 지속과 페로니즘으로 대표되는 인기영합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인한 재정파탄,구조조정의 실패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배경은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을 미국 달러화에 1대 1로 고정시킨 결과 페소화 고평가로 수출감소에 시달린데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마저 겹친 탓이다. 끝내 디폴트가 일어날지는 해외채권단과의 채무조정 협상과 97억달러에 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 여부를 지켜 봐야겠지만,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는 구조적인 문제로서 결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주요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것도 아르헨티나 사태와 무관치 않다. 특히 거액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미국은행들이 해외대출을 축소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얼어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경우 해외차입금리가 오르고 일부 부실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 IMF가 과다보유를 지적할 정도로 넉넉하다. 경기가 나쁘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없진 않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훨씬 낫다고 평가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만 해도 1조5천억원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고 본다. 내년중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쟁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신뢰도가 흔들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아르헨티나 외채위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