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의한 연대파업의 급한 불은 껐으나 노사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이번 파업으로 노사정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노동계는 파업 시기 문제와 쟁점선택의 잘못으로 부평 경찰서 대우차노조원 폭행사건으로 얻은 여론의 동정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더욱이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에 따랐던 신생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 넣어 향후 연대파업의 동조세력을 규합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와 사측은 수출과 매출액 감소,대한 외국인투자 기피,대외 이미지 추락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연대 파업 중에 나타난 노사정의 형태를 보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여지없이 재현되었다. 노동계는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노총으로 합법화되기 이전의 '전노협'에 의한 민주화투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투쟁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영계는 경제5단체장 성명전에서도 나타나듯이 자율적 노사문제 해결보다는 공권력에 의존하려는 타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는 사전에 예방대책을 강구하기보다 사후 약방문식으로 일만 터지면 '엄중처벌'이라는 엄포로 일관하여 면역만 키우고 있다. 이번 연대파업은 여론의 집중적인 공세와 구속수감의 물리적 수단으로 해소되어 하반기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 긴요한 것은 이번 파업의 근본원인을 파악해 확실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표면적으로는 개별사업장의 임단협 문제로 촉발되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조정문제,장기적 제도개선 사항의 처리지연,그리고 공식적인 대화채널 전무 등에서 야기되었다. 따라서 노사정은 이들 현안을 원점에서 검토해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구조조정은 노사 협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이 망해도 한명의 감원도 안된다는 노조의 생떼는 지양돼야 하며 구조조정기를 틈탄 무모한 정리해고 폐습도 버려야 한다. 선진기업은 사업축소,경영혁신 등으로 인한 유휴잉여인력을 정리하는데 구조조정전략을 사용하여 노사간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둘째, 노사정간 합의한 근로시간단축,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등은 조속히 이행되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보호대책 등 노사 현안 처리는 더 이상 공전시키지 말고 상생의 원칙 하에서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는 노사정간 합의사항중 노동계에 유리한 것만 이행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셋째, 노사정간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조속히 복원되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 의한 노동개혁의 상징은 노사정위원회임을 노동계는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를 외면하는 것은 현정부 노동개혁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장외에서 외로운 투쟁을 중지하고 즉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공식적인 대화채널활용에 나서야 한다. 지난 1월15일 민주노총 위원장선거에서 나타난 조합원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끝으로 노사정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 시스템은 선진제국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잘 구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선진화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유독 노사관계에서만 공동체의식이 정착되지 못한 결과다. 이제라도 노동계는 기업가를 타도의 대상으로 대하지 말고 사유재산을 투자하여 기업을 키워나가는 고마운 존재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감옥 해고 등 살벌한 대응방식보다는 따뜻한 가족애로서 노동자를 대해야 한다. 정부는 민주노총을 합법화한 국민의 정부에 강경투쟁만을 일삼는 노동계를 원망만하기보다 정성어린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사정 모두는 세계화의 격랑을 헤쳐나가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