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씨의 둘째 아들 구인(67)씨가 26일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와 남쪽의 형 구관(73)씨와 여동생 구원(66)씨를 만났다.

헤어질 때 스무살을 갓 넘긴 청년이던 형은 노인이 됐고 중학생이던 구인씨와 ''검은 귀밑머리 날리던 어린 누이''도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다.

이들의 화제는 당연히 아버지였다.

상봉의 첫인사를 건네자마자 형 구관씨는 "여기선 ''지용회''를 만들어 해마다 옥천에서 ''지용제''를 열고 있다"며 기념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구관씨는 이어 "이렇게 기쁜 날 어떻게 아버지의 시 한 수 읊지 않겠나"라며 ''향수''를 낭송했다.

그러자 구인씨도 "아버지였다면 이 감격적인 순간에 당연히 시를 읊으셨을 것"이라며 ''나 오늘 자나깨나 그리던 고향에 왔노라…''는 즉흥시로 화답했다.

이들의 시낭송을 듣고 있던 여동생 구원씨는 구인씨의 손을 꼭 잡은 채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고생하시다 70년대에 돌아가셨다.

살아 생전에 ''구인이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라고 흐느꼈다.

구인씨도 "형님과 누이를 만난 기쁨에 미처 어머니 안부를 못 물었다.

지금 살아계시면 꼭 1백살이 되셨을텐데"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아버지의 사망시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구인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요산에서 폭격맞아 돌아가셨다"고만 밝힌 채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이들은 27일 개별상봉에서 아버지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