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환 < 엔써커뮤니티 사장 >

지난해와 올 상반기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골메뉴는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인력 "엑소더스"와 "역엑소더스" 현상이었다.

벤처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코스닥 활성화 그리고 인터넷 관련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그 수나 시장규모면에서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다.

벤처의 성장은 곧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치솟는 주가는 대기업 직원에게 매력으로 작용해 많은 유능한 인력이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벤처기업의 주가가 빠지고,벤처로 이동했던 인력이 적응에 실패하면서 다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는 양자간에 인력이 상호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대기업에서 벤처로의 이동이 대세인 듯 하다.

이같은 대기업과 벤처간의 인력이동은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차원을 넘어 수십년동안 형성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인력의 이탈은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므로,대기업들은 이들이 벤처로 옮기는 근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최근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동기유발과 성과공유 차원에서 파격적 인센티브나 과감한 발탁 승진제도를 폭넓게 도입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나의 울타리를 고집하지 않고 사내 벤처를 독립시켜 재정적,사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벤처요소를 도입,복장을 자율화하고 가변 근무제도(flexible time)를 도입하는 등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시도는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한 대기업의 체질변화가 벤처로의 인력이동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력 역엑소더스는 벤처기업에게도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확실한 수익모델과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인력 유출도 감수해야 함을 보여 주고 있다.

결국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인력이동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인적자원이 어느 한편으로 편중되지 않고 사회전반에 공유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기업의 인재정책이 단순한 "충성도(Royalty)"에서 탈피,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하고 그 결과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