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勞政) 합의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6월말 반기결산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밑돌 가능성이 있는 은행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은행은 9월말까지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 승인을 받아야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져 어느 정도 인력 및 조직감축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빛 조흥은행 등은 스스로 마련한 자구계획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빛은행은 지난달 발표된 7천7백여억원의 잠재손실중 비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충당금만 반기에 적립키로 하고 BIS 비율을 9% 안팎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비워크아웃 여신에 대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5천8백6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연말까지도 이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한빛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자본증권 7천억-8천억원을 연내에 발행, 자본확충을 꾀할 방침이다.

일종의 영구채권으로 이자만 지급하게 되는 자본증권 발행을 감독당국이 허용하느냐 여부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에 중요한 변수다.

조흥은행은 3월말 BIS 비율이 10.7%를 기록한데다 6월말 발표된 잠재손실 예상액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이다.

워크아웃 업체였던 아남반도체의 주가가 많이 올라 추가이익이 기대된다는 점도 호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많은 5조6천억원의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감축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손실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구조개선 자문을 받고 있는 서울은행은 도이체의 재무실사가 끝나는 대로 대주주에게 유상증자를 요청, 자본확충을 꾀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 3억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을 발행키로 했다.

이밖에 BIS 비율 8%이상 달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광주은행은 미국 서버러스의 자본참여를 추진하고 있고 중앙종금과 합병을 추진 중인 제주은행도 부실채권 매각 및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자구계획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계획의 타당성 여부가 독자생존이냐,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대상이냐 여부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에 은행이 계획을 과대포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현성이 확실한 은행이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