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 업계 ''슈퍼맨'' 리갈 시네마 ]

국도극장이 작년 10월 철거됐음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영화는 1896년 토머스 에디슨이 활동사진 촬영기를 처음 발명해 시작된 후
영상과 소리를 동시에 트는 기술이 1920년대 개발되면서 영화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음향시설이 구비된 상영관은 1930년대 들어 본격 지어졌다.

그러니 1913년 개관돼 1935년 근대식으로 개축된 국도극장은 세계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영화 사적이었다.

그러나 세계 영화관 업계는 지금 솔직히 국도극장 철거를 아쉬워할 틈이
없다.

국민 1인당 영화소비량이 세계 최고인 미국에서조차 영화관 운영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리갈 시네마(Regal Cinemas, Inc.)의 실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리갈 시네마는 테네시주 낙스빌에 본사를 두고 미국 4백30여곳에서
4천4백여개 상영관을 운영하며 미국 영화관 시장의 12%를 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 영화관 운영업체다.

상영관 면에서 한국 전체의 10배 규모이고 매출액과 관객동원 면에서 한국
의 약 4배 규모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도 세계 제일이다.

이런 회사가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덕분에 상장기업이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회사가치도 1년 전의
절반 내지 4분의 1로 폭락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 업계 2,3,4,5위 기업가치가 모두 이렇게 폭락했기 때문이다.

리갈 시네마 경영의 특징은 "식료품점 경영"이다.

그만큼 영화관 건축에서부터 영화구입, 광고, 인력운용, 부식판매 등 사업
전반에서 한푼도 쉬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창업주요,현직 사장인 마이클 L 캠블은 조그만 마을 식료품점 지배인
출신이다.

1982년 낙스빌 외곽, 한 오래된 영화관이 소유주의 은퇴로 폐쇄될 지경에
놓이자 지역사회 젊은이들을 위해 이를 취미 삼아 임대 운영하면서 영화관과
인연을 맺었다.

식료품점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가 영화관의 극심한 계절적 기복을
겪고는 오히려 이에 매료돼 83년 "프레미어 시네마"라는 회사를 차려 본격적
으로 영화관 운영사업자로 나섰다.

영화관 운영에 "슈퍼맨"(슈퍼마켓 점주라는 뜻)의 비용삭감 수완을 접목
시켜 박리다매 전략으로 치고 나가니 5년만에 1백56개 상영관을 거느리게
됐다.

그리고는 89년 텍사스 댈러스의 시네마크 시어터의 매수 제의에 좋은 값에
이를 팔고 90년 리갈 시네마를 세웠다.

그후 그야말로 요원의 불길처럼 성장, 97년 2천1백34개 상영관을 지닌
7천6백억원짜리 회사로 성장했다.

리갈 시네마는 이듬해 기업인수전문회사인 KKR에 다른 영화관 체인과 함께
인수돼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화관 사업은 세계 어디에서나 절대 관객 수 자체가 줄고 있는 전형적
사양산업이다.

미국의 경우 경쟁자를 압도하기 위한 과잉투자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숨가쁘게 진행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와중에 KKR는 상영관을 제압해 영화제작사 우위에 섬으로써 영화를
싸게 사려다 엄청난 투자손실을 봤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내 영화관을 몽땅 다 통솔하자면 1백50억달러 정도면 되지만 미국내
에서 케이블TV채널,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영화관 등에서 소비되는 영상물을
다 사려면 매년 6백억달러 이상씩 들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영상물 시장은 이의 2백~3백분의 1밖에 안된다.

미국의 제법 그럴듯한 영화 두 세편 만드는 제작비 정도다.

이런 실정에 최근 현대종합상사가 영화관 사업에 적극 진출한다고 한다.

슈퍼맨 경력도 없는 현대의 복안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