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땅에 떨어져 족제비한테 붙잡혔다.

죽게 된 박쥐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족제비는 새를 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살려줄 수 없다고 했다.

박쥐는 자신은 새가 아니라 쥐라고 변명하고 목숨을 건졌다.

얼마후에 그 박쥐가 다른 족제비한테 붙잡혔다.

그 족제비가 쥐를 제일 싫어한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박쥐가 자신은 쥐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새라고 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박쥐가 자신의 정체를 상대에 맞춰 속이고 목숨을 살렸다는 이솝우화속의
얘기다.

박쥐는 사람이 들을 수없는 파장이 짧은 음을 내고 장애물이나 먹이에 닿은
후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향을 청각으로 감지해 난다.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박쥐는 어두운 밤에 숲속 등을 날아다닐 수 있고
동굴속 생활도 가능하다.

박쥐의 특성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영국의 과학자들은
1930년대에 전파를 보내 되돌아오는 전파로 물체를 식별할 수있는 레이더를
개발했다.

인류에게 캄캄한 밤중이나 눈.비 속에서도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고층빌딩이나 긴 다리(대교) 등이 늘면서 이런 구조물로 말미암아 레이더가
보내는 전파가 방해를 받게 됐다.

레이더가 보낸 전파가 이런 구조물에 부딪쳐도 되돌아오지 않도록 과학자들
은 페라이트(ferrite)라는 전파흡수체를 개발해 원하는 구조물의 표면에
발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군용 비행기에다가도 페라이트를 발라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 페라이트를 칠한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잡힌다.

미 해군연구소가 길이 15.24cm 짜리 초미니 첩보기(MAV)를 개발중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첩보기는 로켓 등으로 발사돼 적지의 90m 상공까지 접근, 초속 9m로 날며
30분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다.

과학기술의 정수를 모아 만든 첨단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