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을 위해 엔고를 막아야 한다"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내수를 자극해야 한다"

이제 막 취임한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대장성
재무관(국제금융담당.차관급)이 벌써부터 가시돋힌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이 열을 올리고 있는 사안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는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태도가 적절한 것이냐 하는 문제.

지난 2일 취임한 서머스 재무장관은 "일본에 중요한 것은 통화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에 의존하는 경기회복을 추진하기 보다는 내부적 경제
기초여건을 강화하라는 일침이다.

구로다 재무관은 이에대해 8일 취임하자마자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켜 경기회복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엔고는 시장개입을 통해서라도
적극 저지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미일간의 갈등은 사실 서머스 장관과 구로다 재무관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서머스 장관의 전임자였던 루빈 전 재무장관은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해야
할 일본이 그 역할을 등한히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력한 내수자극책을
펴라"고 주문했었다.

엔고저지에만 급급한 일본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이에따라 그는 구로다의 전임이었던 사카키바라와 마찰을 빚어 왔다.

"미스터 엔"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는 일본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엔강세 저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었다.

루빈은 그러면서도 일본의 시장개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뉴욕은행의 협조를 얻었지만 이를
모르는 척했다.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적극 말리지는 않는
소극적인 반대입장을 취한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측은 "환율은 경제실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반면 일본측
은 "환율변동자체가 경제실태를 좌우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신임 통화정책 책임자들이 등장한 후에도 양국의 시각이 이처럼 엇갈림에
따라 미일간 환율 논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양국 통화당국의 협조에 의한 외환시장 공동개입도 당분간 기대키
힘들게 됐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