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gns)"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아사아 위기의 의미를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로 환란 이후 2년간 아시아 경제가 겪은 고통은 피로가 누적된 기존
질서를 바꿔 글로벌 스탠더드(세계표준)란 새로운 질서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제운용 논리로서 시장경제가,평가 잣대로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시아 각국의 21세기 생존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구조조정이란 정맥주사를 통해 국내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혈했다.

각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경영에서도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연고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치 판단기준으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이 중시됐고
발탁인사와 연봉주의가 빠르게 확산됐다.

정부주도의 성장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그동안 성장의 원동력으로 추앙받던 아시아적 가치는 위기와 함께
몰락했다.

정실주의 관치금융 부정부패를 상징하는 단어로 전락해 버렸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처럼 국제적 질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순응하되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강조해 나가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새로 수립했다.

위기극복에 따른 후유증도 컸다.

환란이 할퀴고 간 아시아에선 연일 수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됐다.

실질소득이 큰폭으로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고금리에 따른 금융소득을
얻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계층간 위화감과 구조조정에 따른 기득권층의 저항이 사회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에선 경제체질이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속성이 강해졌다.

아시아 주식과 환율시장은 미국시장과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경제주권(identity) 회복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외환위기는 아시아 국가간에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역공동 차원에서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 아시아 통화기금(AMF) 창설과
아시아 단일통화(asian single currency) 도입 방안이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미야자와 플랜을 앞세워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확인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