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사태의 끝이 보이자마자 워싱턴과 미디어의 관심은 이제 앨 고어와
조지 부시 두 사람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2000년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와 함께 등장한 워싱턴의 화두는 "compassionate conservatism"이다.

워싱턴에서 이 화두를 입에 달고 다니는 장본인은 물론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저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느낌으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게 워싱턴의
분위기다.

공화당이 스스로의 기본노선인 보수주의(conservatism)를 내세우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 앞에 붙은 compassionate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가 아리송한 부분이다.

"정있는" 보수주의 정도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이홍구 주미대사의 반응이다.

compassionate는 가슴이 뜨겁다는 뜻이니까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보수주의 정도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제 이웃도 둘러볼 줄 아는 사회와 국가가 돼야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보자는 것이다.

이 화두 때문에도 부시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고 여론조사
에서도 고어를 누르고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앨 고어의 차갑고 경직된 이미지가 미국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던져 주고
있다는 진단이 있지만 그가 상원의원과 부통령에 당선됐을 때도 앨 고어의
이미지는 지금 그대로였으니 이 같은 해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민주당이 두 번이나 정권을 잡았으니 이제는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지난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한 조지 부시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른바 유탄론을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빌 클린턴에 대한 탄핵을 반대한 미국인들이지만 일단 사태가 수습된 이상
더 이상 그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에 대한 역겨움이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앨 고어가 그 유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완전한 속죄란 있을 수 없는 모양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