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환 < 국제경제조사연 산업노동실장 >

일본제품의 대한 진출을 막고 있던 마지막 빗장이 풀리는 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20년동안 존속하면서 일본상품 수입 억제에 적지 않게 기여한 수입선 다변화
제도는 이달 말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보호무역제도의 폐지는 시장개방을 지향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후
많은 약소국에 주어진 숙제이다.

한국도 당초에는 올해말까지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외환위기를 만나
별다른 불평없이 반년이나 일정을 앞당겼다.

유독 일본상품에 대해서만 수입차별을 하겠다고 버티기에는 뒷심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맨 나중으로 미루어 놓았던 일본산 소형차, 대형 컬러 TV 등 16개의
수입금지 품목이 풀리면 일본제품의 국내시장 진출은 문자 그대로 자유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폭은 넓어지고 경쟁을 부추겨 국산품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과 부품 등 기초분야에서 대일 의존이 심하고 또한 일본
제품이 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국내시장 진출의 파장을 구미상품의 경우와
같이 놓고 볼 수는 없다.

대일 수입자유화 계획은 이미 3년 전에 확정돼 각오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당장은 많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또한 국내시장의 특수성 등을
믿어서 그런지 파장을 보는 눈이나 대응자세는 안이하다는 느낌이다.

일본제품의 진출은 우선 국산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시간이 갈수록 생각
보다 큰 폭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들은 잔 고장이나 골칫거리가 적다는 이미지를
일제의 강점으로 꼽는다.

또한 일본상품은 경제적인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산 이미지는 많은 제품에서 아직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구입한 지 1년만 지나면 가치가
30%정도 떨어지고 3년 후에는 신차가격의 반값도 제대로 안된다.

반면에 일본차는 3년을 타고도 75%를 받는다.

그런 차이를 알면서 가격만 쳐다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얼나마 될까.

국산품은 아직도 많은 경우에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제품에 시장을 내주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여겨진다.

작년 말에 해제된 캠코더,밀링머신 등은 일본 제품이 국내 수입시장에서
이미 시장점유율 90%를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4~5년만 지나도 일본상품의 물결은 우리를 아연케 할 것이다.

적당히 경쟁하면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우선 제품개발에서 사후봉사에 이르기까지 군살을 완전히 빼는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또 제휴를 해서라도 약점을 보충하는 노력이 있어야 맞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을 공정하게 다루는 정책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경량급에 불과한 기업이 각종 준조세나 규제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세계적인
메가머저 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까.

생산성도 낮은데 그나마 역량도 모으지 못한다면 시장 확대는 커녕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핵심기술의 이전도 점점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핵심기술과 부품을 무기 삼아 공동개발, 유통망의 활용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침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기반의 확보를 위하여 핵심기술이나 부품공급의 이전을
꺼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수십년간 의존해온 조달선을 단번에 바꾸기도 국내 시스템상
어렵다.

따라서 핵심기술의 개발, 중소기업의 육성, 개발비 절감을 위한 업체간
공동개발, 공용화 등을 구체화시키는 정책은 긴요하다.

뿐만 아니라 유사기술의 수입보다는 국내업체끼리 기술을 확산시키는 정책도
그 동안은 간과했지만 국익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 부품산업의 재편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일본상품 판매가 신장될 경우 건실한 중소기업의 생산기반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모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재편되고 있으나 체질강화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빅딜 등에 시간을 허비할수록 경쟁력 기반 구축은 힘들게 되므로
부품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업체의 덩치만 키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업체에 대한 정보축적과 관리, 퇴출위험, 인센티브 등을 통하여 경쟁이
자동적으로 촉진되는 경쟁구조의 재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R&D, 교육훈련, 금융, 시장개척 등 중소업체의 전문화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공공 및 민간 조직의 활용을 통해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형
의 시스템 구축을 지원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책을 세운다 해도 생산성 품질 상품력 등이 골고루
톱 클라스에 오르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

일제의 수입을 막아 놓고도 대일 무역적자는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1천5백억달러나 쌓여 있고 한번 맛을 들이면 벗어나기 어려운
일본상품 선호경향 등을 생각하면 일본상품의 진출은 결코 안이한 문제가
아니다.

일본상품 수입자유화를 경제체질에 잠복하고 있는 고질적인 낭비요소를
뿌리뽑고 효율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는 등 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겠다.

< dwrhi@chollia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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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독일 괴팅겐대 경제학박사
<>주요 논문:기업구조조정의 중간평가와 정책방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