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 영국 재무장관 >

국제사회에서 세계금융 질서에 대한 재편 논의는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과거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해결할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방법에 대한 논의다.

이 논의는 각국 정부차원의 회담들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 포럼들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이점에서 국제금융위기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을 보다 적극적으
로 참여시켜야 한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역할도 지금보다 더 강화
돼야 할 것이다.

둘째는 국제금융시장을 감독할 초국가적인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다

국제금융질서 재편 방향을 논의중인 국제금융안정포럼은 각국의 금융감독
기구들과 국제 감독기구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국제금융시장을 규제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포럼이 제안하는 시스템은 각국이 지난 50년간 자국내 금융시장을 규제
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일국내 금융시장 감독 시스템과는 크게 다르다.

셋째는 국제금융거래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논의다.

투명성은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핵심이다.

투명성은 금융시장이 특정 국가의 통화정책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
정책과 따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한다.

특정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이 더 빨리, 더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금융 및 경제위기의 폭과 정도가 줄어들 것이다.

지난 97년 하반기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국제금융시장에 투명한
정보전달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상황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따라 적절한 조치를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
진다.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몰아친 그 당시에는
국제금융시장에 감독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아니 사실상 감독기능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국 정부가 펴는 정책의 투명성을 보장할 장치도 없었고 제대로 위기를
해결할만한 제도적인 장치도 없었다.

당시 국제금융 질서는 아주 허약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뿐 아니라 다행히 위기를 피해간 국가들의 금융시장
감독기구에도 많은 허점들이 있었다.

아시아와 러시아 중남미의 여러 나라가 외환위기로 거의 붕괴지경에 이르고
난 후에야 국제금융시장 재편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국제금융시장을 개혁하고 재편해야 한다.

미래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주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국제금융 질서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기구들을 어떻게 배열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말한 국제금융안정 포럼에서는 앞으로 국내 및 국제 감독기관들을 한데
묶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이 포럼은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대표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
가 있다.

G7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감독기구들도 이 포럼을 통해 국제금융질서 재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민간부문이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해결하는데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은행 등 민간부문은 권리가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있다.

민간부문의 권리는 각국 정부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
를 말한다.

이는 각국 정부에 대해 좀 더 투명해지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 정부는,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시장이 요구하는 정보를 공개
해 시장을 단련시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민간부문이 위기대처에 강한 역할을 하는 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상업은행 등 민간부문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운명을 같이 하며
위기의 조짐을 보고 달아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금융시장과 채무국간에는 원활한 정보전달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양측은 정보를 교환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튼튼하다면 채무국들은 민간은행과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가져온 단기차관을 장기차관으로 바꾸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자발적인 정보 공개는 IMF의 감독하에 이뤄져야 하며 이것은 세계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는 특정 국가가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새로운 브레튼우즈협정을 만드는 것과 같다.

브레튼우즈는 세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고용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브레튼우즈 체제가 들어선 이후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때문에 국제기구들도 당연히 변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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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이 유럽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6월호)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김용준 국제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