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불러 일으킨 대형참사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용자가 항상 조심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37) 사장은 26일 "CIH바이러스가
이날 일으킨 피해규모는 사상 최대일 것"이라며 "피해를 미리 막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CIH바이러스의 피해가 예상외로 커진 것은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경각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유수의 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한 데서 알수
있듯이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경영자와 전산관리자의 마인드제고가 절실
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CIH 바이러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진 원인은 무엇입니까.

"CIH는 지난해 4월 최초로 대만에서 발견됐지만 실제 활동을 해 컴퓨터에
손상을 입힌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활동하게 되면 컴퓨터가 작동이 멈춰질뿐 아니라 하드디스크
를 망가뜨려 그 속에 들어있는 자료를 모두 못쓰게 만들 정도로 악질이죠.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파괴력을 예측할만한 사례가 없었지요.

이 때문에 마음을 놓고 있다가 피해가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또 지난 3월 컴퓨터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멜리사바이러스가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갔던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입니다.

연구소에서 지난주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CIH바이러스 대책세미나"를
개최했고 또한 수차례 경고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멜리사바이러스를 생각
하고는 별것 아니라고 안심하게 만든 거지요"

-이같은 피해는 얼마나 계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에 악명을 떨쳤던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의 경우 에도 처음 발견된 이후
5년동안 피해가 이어졌지요.

CIH바이러스도 이번에 무사히 넘어갔다고 안심할수는 없어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CIH 변종이 발견됐다는데.

"CIH는 1년에 4월26일 하루 활동하지만 변종 CIH는 매월 26일에 창궐합니다.

파괴력은 CIH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주 10여종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를 막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바이러스가 못들어오게 막고 혹시 숨어 들어온게 있다면 찾아내 치료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새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다운받을 때마다 백신프로그램
으로 바이러스를 검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바이러스가 수시로 생기고 있으므로 백신프로그램도 항상 새것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개량되고 있는 백신프로그램을 계속 다운받아서 한 주에 한두번쯤 정기적
으로 컴퓨터를 점검해야 해요.

우리 연구소에서는 매주 수요일 새로운 백신프로그램을 인터넷에 올려 놓아
일반인들이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CIH 피해로 인해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CIH 사태를 교훈삼아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확고
하게 가져야 합니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9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바이러스는 사회가 대처해야
할 산업재해이자 사회문제로 떠올랐어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비롯해서 사회전체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지불하는
안전비용을 늘려야 합니다"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개선되고 사업환경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백신 프로그램은 어쩌다 한번 쓰는 유틸리티가 아니라 소중한
정보를 보호해 주는 필수품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마저 백신을 행정전산망용 소프트웨어 목록에서 권장품
정도로 제쳐놓고 있어요.

반드시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백신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소프트웨어는 복제해서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정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합니다.

바이러스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건입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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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누구인가 ]

한국에서 컴퓨터바이러스 하면 바로 연상되는 인물이 바로 안철수다.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기술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외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그가 개발해낸 수많은 "토종" 백신의 우수성
을 떨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개발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88년.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재학중일 때였다.

그는 컴퓨터 사용중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인 "브레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을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만큼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지금은 바이러스 종류가 1만여종에 이르고 컴퓨터 대중화로 백신개발이
사업성을 갖고 있지만 당시 겨우 1-2개에 불과했던 컴퓨터 바이러스를
상대로 백신개발에 뛰어든 것은 의학도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 만큼 컴퓨터 바이러스가 우리사회 정보화에
치명적인 위해를 입힐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이후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마다 기능이 더 향상된 프로그램을
통신망을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백신"에 이어 "V2" "V3" 시리즈 등 백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95년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백신개발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

안철수연구소가 내놓은 토털 V3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은 11년째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안 소장의 백신 노하우가 결집된 제품이다.

V3 제품군은 매크로바이러스를 포함해 모두 6천여종에 이르는 국산및
외산바이러스에 대해 1백%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제7회 다산기술상
대상을 받았다.

안 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 백신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가 연구소를
거액에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해오자 이를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다.

"백신기술을 넘기고 나면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겪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품을 제외하고 가장 큰 소프트웨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게 바이러스 백신이다.

그런 만큼 안 소장도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97년 미국 펜실베니아 공대와 워튼스쿨에서 개설한 경영공학석사학위
(테크노 MBA)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