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S&V의 김민호 사장은 창조성 컨셉트 하나로 새 사업분야를 창조해낸
전형적인 "크레비즈 맨(창조인)"이다.

그는 기계의 건강을 진단해주는 닥터로 출발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계도 차츰 유기체화 될 전망이어서 기계도 건강진단
을 받아야 할 만큼 민감해질 수밖에 없게 된 점에 착안했다.

건강하지 않은 기계는 제기능을 다할 수 없는데다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

그렇다면 김 사장이 창조해낸 기계건강진단의 요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기계의 건강을 진단하는 핵심은 "진동"이라고 밝힌다.

진동이 심한 기계는 이미 질병에 감염된 상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김 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현대자동차연구소에 근무할 때부터
기계의 건강진단에 관심을 가졌다.

이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기계지도위원이 되면서 기계건강진단 기법을
개발해냈다.

그가 기계분야에 예방의학을 도입하겠다는 생각을 갖게된 발단은 국산기계
들이 특히 진동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였다.

국산기계들은 신제품인데도 경고치보다 6배이상이 높은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진동 때문에 기계고장으로 국산기계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연간 2조원의 돈이 기계고장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펌프 한가지 품목에서만 연간 1조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이 지적
됐다.

이는 석유화학공장이나 광어양식장등에서 펌프가 한번 고장 나면 보통 2억원
의 손실을 입기 때문.

더욱이 펌프는 20년간 쓸 수 있는 제품인 데도 진동이 심하면 6개월만에
고장이 나 건강진단이 필수적인 실정이다.

따라서 김 사장은 기계건강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 벤처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 사장은 이 기법을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21세기엔 기계건강진단이 산업
전반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엔 국내 중소기업 공장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바이브
레이션 뷰"를 새로 만들어냈다.

바이브레이션 뷰는 앞으로 기계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전망
이다.

실제 기계는 3단계로 고장이 난다.

1차 고장은 규정이상의 진동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단계는 사람의
감각만으론 알 수 없으나 이때 고장을 진단해 수리하면 적은 비용으로
완벽한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

나다S&V는 바로 이런 1차단계의 고장을 수리해주는 것이 주업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장에서는 3차고장, 즉 기계가 정지상태에 가야 고장이라
고 판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많은 손실을 입는다.

이런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나다S&V는 중소기업들이 정기적으로 기계의
건강을 진단해 생산성을 높여나갈 것을 촉구한다.

이 벤처적인 건강진단 시스템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계의 건강을 진료받으려는 중소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기계진료의 수요가 이처럼 느는 것은 낮은 측정및 수리비용으로 생산성과
설비 수명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

현재 기계를 진단해주는 기법은 인체의 건강을 초음파검사및 혈액검사등을
통해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동측정및 광센서 신호증복등을 분석해 기계가 어느정도 병에 걸렸는지를
판단한다.

이 치료를 받는 비용은 신규기계를 도입하는 비용의 3%미만이어서 돈을
아끼면서 설비도입및 보전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김 사장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설비보전비는 연 19조6천억원에 이르는데
이 설비들이 고장나기전에 예방진료를 하면 적어도 10조이상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의 컨셉트 전환으로 연 10조원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계건강
진단이야말로 확실한 "창조산업"임에 틀림 없다.

(02)523-2290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